"전쟁은 졌지만 행동은 정의"…'A급 전범' 도조 히데키 옥중 메모
자필 편지·수기 등 약 300점 일본국립국회도서관 기증
신문 앞두고는 "전장 향하는 기분…기쁨으로 두근거려"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총리를 지냈다가 전후 A급 전범으로 처형된 도조 히데키가 옥중에서 쓴 자필 메모와 편지 등 자료 약 300점이 새로 공개됐다.
11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도조의 차녀와 삼녀가 각각 시집간 고가·다카모리 두 집안이 지난 5~6월 관련 자료를 일본 국립국회도서관에 기증했다. 도서관은 두 집안으로부터 기증받은 '도조 히데키 관계문서'는 모두 294점이라고 밝혔다.
해당 자료엔 전후 연합국이 개최한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 막바지 도조가 남긴 메모와 편지 등이 포함돼 있다. 올해는 1946년 도쿄재판 개정 80년이 되는 해다.
특히 도조가 1948년 1월 2일~2월 14일 작성한 '고코로노마니마니'(こころのまにまに·마음 가는 대로)'란 제목의 일기·메모엔 그의 심경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 자료를 보면 도조는 당시 미국인 조지프 베리 키넌 수석검사의 신문을 앞두고 일본이 전쟁에서 패한 데 대해 "국가의 운명인가"라고 적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들의 행동은 "자존과 권위의 정의에 기초한 것"이라며 이를 외칠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했다. 심문을 앞둔 심경에 대해선 "기쁨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마치 전장으로 향하는 듯한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교도통신은 해당 메모에 도조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내용은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연합군 측에 협조한 일본인들을 비난하는 내용은 있었다. 검사 측에 영합해 국제법정에서 '군벌'의 존재를 인정했다거나 기독교로 개종해 비위를 맞췄다는 식이다. 다른 피고인들을 비판하거나 도조 자신에게 사형이 선고될 것을 예상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일본 국회도서관에 기증된 자료엔 이외에도 도조가 미군 당국에 염주와 사진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신청서와 직접 만든 달력 등 옥중 생활을 보여주는 기록도 있다.
도조는 '전쟁과 천황(일본)의 책임에 대해'란 제목의 수기에선 태평양전쟁 개전에 대한 쇼와 일왕(히로히토)의 책임을 부정했다.
이 자료 정리를 담당한 가나자와대 오쿠보 유타 조교수는 "도조의 자필 기록이 풍부해 도쿄재판 당시 도조의 동향을 분석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도조는 도쿄재판 당시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해 자위를 위한 불가피한 전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공개된 개인 기록에서도 그는 패전과 재판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을 뿐 전쟁 책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도조는 1948년 11월 사형을 선고받아 같은 해 12월 23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후 도조를 비롯한 A급 전범 14명은 1978년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됐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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