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암벽화, 2000년 생생히 보존된 비결 찾았다…"산후 혈액 물감"

中연구진, 줘쟝화산 암벽화서 혈청 단백질 확인

중국 광시 닝밍현 야오다진 밍장강 서안 절벽에 위치한 줘쟝화산 암벽화 사진. (Rolfmueller/위키피디아)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중국 광시(廣西)좡족 자치구에 위치한 줘쟝화산 암벽화(左江花山岩畫)가 2000년 넘게 원형을 유지해 온 비밀이 밝혀졌다고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들이 석회와 붉은 점토에 동물·인간의 혈액, 특히 산후 여성의 혈액을 섞어 쓴 덕에 2000년의 풍상 동안 그림이 보존됐다는 것이다.

최근 고고학저널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 산둥대와 광시 인류학 박물관 연구진은 그림에서 채취한 물감 조각에서 혈청 단백질을 확인했다. 그 안에는 출산과 수유 과정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인 프로락틴 유도 단백질과 락토트랜스페린이 포함되어 있었다. 혈액이 석회와 반응해 탄산칼슘을 형성하면서 암각화가 바위와 일체화돼 수천 년간 풍우와 태풍에도 견뎌낸 것이다. 불과 8ml의 혈액으로 1㎡를 덮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접착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이 암벽화는 중국 남부와 베트남 국경 근처 260㎞에 걸쳐 펼쳐져 있다. 인간과 동물, 배, 무기, 악기 등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집단적 의례와 공동체 정체성을 강조한다. 연구진은 혈액 사용이 단순한 재료 선택을 넘어 출산·생명·조상 숭배를 상징하는 의례적 의미를 담았다고 해석한다. 이는 루오위에 사회가 모계 중심적이었음을 보여주는 역사 기록과도 맞닿아 있다.

이번 연구는 옥살산이 풍부한 식물 수액이 페인트 제조에 사용되었다는 기존 이론에 반박하는 것으로, 페인트 성분에서 식물성 물질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201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줘쟝화산 암벽화는 지금도 전동 드릴 없이는 채취가 어려울 정도로 단단히 바위에 결합해 있다. 이번 연구는 고대인들의 독창적 재료 활용뿐 아니라, 그들의 사회적 가치와 신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