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나가사키서도 "비핵 3원칙 견지 중"…유지 여부 불분명

히로시마 이어 "견지하고 있다"는 현재형 표현만…안보문서 개정 앞두고 논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가 9일 일본 나가사키 평화공원에서 열린 나가사키 원폭 투하 81주년 추도식에서 1원폭 희생자들을 위해 헌화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6.8.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피폭지 히로시마에 이어 나가사키의 원폭 희생자 추도식에서도 '비핵 3원칙'에 대해 "견지하고 있다"는 현재형 표현을 사용하면서 향후 원칙 유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일본 총리 관저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9일) 나가사키 원폭 투하 제81년을 맞아 나가사키 평화공원에서 열린 '원폭 전몰자 위령식·평화 기원식'에서 "일본은 비핵 3원칙을 견지하고 있으며, '나가사키를 마지막 피폭지로 한다'는 다짐 아래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을 향한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사흘 전인 6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평화 기념식에서도 "일본은 비핵 3원칙을 견지하고 있으며"라고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만들지 않고, 반입하지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은 일본의 사실상 '국시'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가 비핵 3원칙에 대해 '견지하고 있으며'(堅持しており)란 표현을 연거푸 쓰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작년 나가사키 추도식에서 이시바 시게루 당시 총리는 '견지하면서(堅持しつつ)'라고 말하는 등 역대 총리들은 비핵 3원칙을 앞으로도 유지한다는 의미가 보다 분명한 표현을 사용해 왔단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다카이치 총리가 히로시마에 이어 나가사키에서도 비핵 3원칙을 견지하는 현재 상태를 설명하는 데 그쳤다며 원칙 재검토를 지론으로 삼아온 그의 의향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던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비핵 3원칙 가운데 '반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예외를 둘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리 선출 이후에도 비핵 3원칙 준수 여부에 대해 명확한 언급을 피하면서 논란을 빚어 왔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올해 말 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 정비계획 등 안보 관련 3문서를 개정할 예정이어서 비핵 3원칙이 어떻게 다뤄질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모든 과제가 논의 대상"이라고 밝혀 비핵 3원칙 개정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추도식 뒤 회견에서도 비핵 3원칙을 "정책상 방침으로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향후에도 이를 유지할지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오는 11월 30일~12월 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핵무기 금지 조약(TPNW) 제1차 재검토 회의에 일본이 옵서버로 참석할지에 대해서도 "일본의 안보 확보와 핵 군축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무엇이 진정으로 효과적인지라는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만 말했다.

다만 TPNW에 대해선 "핵무기 없는 세계로 향하는 출구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조약"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핵무기 보유국이 TPNW에 한 곳도 참여하지 않고 있단 점을 들어 핵보유국과 비보유국이 모두 참여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중심으로 현실적인 핵 군축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에도 의존하고 있단 이유로 TPNW엔 가입하지 않고 있다.

스즈키 시로 나가사키시장은 이번 행사에서 평화 선언을 통해 "핵무기는 '필요악'이 아니라 '절대악'이며 인류와는 결코 공존할 수 없다"며 정부에 비핵 3원칙을 견지하고 핵무기에 의존하지 않는 안보 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추도식엔 미국·러시아 등 핵무기 보유국을 포함한 98개국과 유럽연합(EU) 대표 등 약 2600명이 참석했다. 행사 참석자들은 1945년 당시 미군이 투하한 원자폭탄이 폭발한 오전 11시 2분에 맞춰 희생자들을 기리며 묵념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