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베이다이허 회의에 기술 전문가 집결…"美 억제 돌파구 논의"

전략 최첨단 과학기술 언급 처음…기초 연구는 첫번째로 거론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 과학기술 분야 돌파구 마련에 집중"

차이치 중국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가 3일 베이다이허 여름휴가에 초청된 전문가들을 만나 격려했다. 2026.8.3. ⓒ 신화=뉴스1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중국 전·현직 공산당 지도부의 비공개 회의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를 통해 중국의 발전을 억누르는 '차보즈(卡脖子·목을 죄는 기술)' 문제를 돌파하고 '기술 자립'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권력 서열 5위인 차이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는 지난 3일 허베이성 휴양지 베이다이허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전문가들을 만나 격려했다.

차이 서기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위임을 받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을 대표해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와 인재들에게 안부를 전했다.

신화통신 등 관영 매체는 차이 서기가 만난 전문가 명단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전략적 최첨단 과학기술, 핵심 기술 분야와 사회과학 분야 전문가 대표들을 만났다"고 전했다.

통신은 "올해 휴가 활동의 주제는 '분투하는 15차 5개년 계획'으로 이번에 초청된 주요 인사는 기초 연구, 전략적 최전선 과학기술, 핵심 기술 분야와 철학·사회과학 분야의 전문가 대표"라고 밝혔다.

홍콩 명보 등 중화권 매체는 "관영 매체의 공식 발표에서 '전략 최첨단 과학기술'과 '핵심 기술 분야 전문가'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초 연구를 가장 처음 거론한 것에도 주목했다. 지난해 '기초 연구'는 세 번째로 거론된 주제다.

관영매체가 공개한 영상과 사진을 보면, 이번에 베이다이허를 방문한 전문가들은 약 60명으로 추산된다.

이번에 베이다이허 회의에 초청된 전문가들은 대부분 기초과학과 첨단 과학 분야의 인물들이라고 중화권 매체 연합조보는 전했다.

여기에는 연구형 대학인 시후대학의 총장이자 구조 생물학자 스이궁, 생명과학 연구기관인 창핑실험실 주임 셰샤오량, 양자 물리학자 루차오양, 물리 해양학자 우리신, 고유전학자 푸차오메이 등이 포함됐다.

이 외에 선저우 19호 우주비행사 차이쉬저, 황웨이나 중국항공엔진그룹 총설계사, 장하이빈 심해 시추선 멍샹호 총설계사, 쑤취안커 강주아오(홍콩·주하이·마카오)대교 총 설계사 등 기술 분야의 전문가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세계적인 기후과학자인 천더량 칭화대 교수가 초청 인사 가운데 한 명으로 참석했다고 부연했다.

딩수판 대만정치대 동아연구소 명예교수는 "관영 매체가 언급한 분야의 순서와 제시 방식은 중국의 다음 단계 과학 연구 난제 해결의 우선 순위를 반영한다"며 "또한 휴가 주제가 '15·5 계획'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5년 간 중국 정부가 관련 분야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딩 교수는 "현재 미중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의 최우선 과제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하고 미국의 '카보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라고 분석했다.

지난 3월 발표된 '15·5 계획'에 따르면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중점 과제로 인공지능(AI), 양자과학, 핵융합, 생명과학, 심해 탐사 등 분야가 포함됐다. 또한 집적회로(반도체), 기초 소프트웨어, 첨단 소재, 바이오 제조 등 중점 분야의 핵심 기술 난제 해결에서 '결정적 돌파'를 이루도록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베이다이허는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약 300㎞ 떨어진 허베이성의 해변 휴양지다.

중국 당국은 매년 8월 약 2주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베이다이허로 초청해 휴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최고지도부가 이들을 만나 격려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중국 전·현직 지도자들은 이 기간 베이다이허에 머물며 주요 정책과 인사 문제 등을 비공식적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전통은 마오쩌둥 시대인 1950년대부터 이어져 왔다. 대만 진먼다오(금문도) 포격 결정을 내린 장소도 이 곳이다.

이 때문에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 지도부의 정책 방향과 권력 구도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정치 일정으로 여겨진다.

최근에는 원로 지도자들의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베이다이허 회의의 정치적 비중도 과거보다 줄었다는 일부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중국 지도부의 향후 정책과 인사 방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