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무 "엔저에 원화 약세·위안화 저평가 우려"…美개입 설명(종합)
"엔화 약세 여파로 한국 원화 동반 약세…中 위안화 저평가 초래"
"감세보다 인플레 억제가 우선"…다카이치 재정정책에 우려 표명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통화 매도 압력이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해 엔화 매수 협조 개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은 엔화 매수 개입 배경에 대해 "많은 아시아 통화가 엔화와 연동돼 있다"며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는 급격한 엔화 약세가 촉발 요인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 일본 엔화 가치는 1년 사이 달러 대비 약 30엔 하락했고, 이는 태국 바트화와 말레이시아 링깃화 등 아시아 통화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베선트 장관은 최근 아시아 통화 흐름에 대해서도 "엔화 약세로 한국 원화 역시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도 위안화 절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앞서 공개된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엔화가 급격히 약세를 보일 경우 다른 국가들도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려는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며, 한국 원화의 변동성과 중국 위안화 저평가 우려를 사례로 언급했다.
미국이 엔화 방어에 나선 배경에는 복합적인 전략적 셈법이 작용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일본이 엔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보유 중인 막대한 미국 국채를 매각할 경우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
또한 급격한 엔저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일본 기업의 대미 투자 비용 증가와 무역 경쟁력 악화로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통상 성과를 지키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
이날 베선트 장관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집권 이후 추진된 경제 개혁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닛케이에 "리플레이션 정책을 추진하고 자본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기업 개혁도 진행했다"며 "기초재정수지도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리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과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 적정한 물가 상승과 경기 회복을 유도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이어 "15년간 이어진 경기 부양책이 지속 가능하고 견고한 경제 기반을 만들었다"며 "아베노믹스의 단계는 끝났고 이제는 다카이치노믹스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는 장기간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이 엔화 약세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판단 아래, 일본이 초저금리 정책에서 벗어나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베선트 장관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우에다 가즈오 총재와는 15년간 알고 지냈다"며 "시장 감각이 매우 뛰어난 인물로 깊이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베선트 장관은 NHK와의 인터뷰에서는 엔저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일본 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이라며, 엔화 약세가 해소되면 물가 안정과 경제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일본은행이 오는 9월 통화회의에서 금리를 다시 인상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식품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로 인하하는 감세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일본의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닛케이에 "최종 판단은 다카이치 정권이 내려야 하지만 선택지는 두 가지"라며 "감세를 받아들이거나, 인플레이션 억제에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라면 후자를 선택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일본은 에너지 등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엔화 약세가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한다"고 지적했다.
미일 협조 개입의 향후 가능성에 대해 이 관계자는 "(달러 매도 개입을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협조개입에서 '엔화 매수·유로화 매도' 방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미국의 강달러 정책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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