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증시 띄우려던 李대통령…코스피 폭락에 정치적 부메랑"

"6월 고점 대비 약 40% 폭락…막대한 손실로 지지율 최저치 근접"
전문가 "개인투자자들 분노가 여당 총선 승리 어렵게 만들 수도"

이재명 대통령. 2026.4.15 ⓒ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한국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예상치 못한 정치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한국 증시는 인공지능(AI) 붐으로 국내 반도체 회사에 대한 투자 심리가 고조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변동성이 큰 시장 중 하나가 됐다.

지난주 코스피 지수는 6월 고점 대비 거의 40% 폭락했다. 수천 명의 투자자는 손실을 봤고, 레버리지 투자자는 추가 증거금을 요구받는 마진콜에 직면했다.

이번 막대한 손실은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날 44.5%까지 떨어져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최저치에 근접했다.

여러 투자자는 정부가 주식 시장의 과열을 부추기고 위험한 파생상품을 성급하게 승인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FT에 "우리 단체 채팅방엔 이 대통령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며 "많은 회원은 다음 총선에서 여당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가 이 대통령이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주식 투자를 장려함으로써 어느 정도 자초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FT는 이 대통령만큼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주식 시장과 밀접하게 연결시킨 한국 대통령은 없었다고 평했다.

스스로를 "휴면 중인 개미"라고 칭한 이 대통령은 대선 때 2030년 임기 말까지 코스피 지수를 50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10년 넘게 2000선 부근에서 거래됐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에서 주식과 같은 "생산적인" 투자처로 자산을 더 많이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액 주주 보호를 강화해 더 많은 자본을 유치하려고 했다.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개장 시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109.69포인트(3.60%) 내린 6358.27을, 코스닥은 전일 대비 9.77포인트(1.36%) 하락한 709.99로 장을 열었다. 2026.8.3 ⓒ 뉴스1 이호윤 기자

김형균 투자그룹 차파트너스 전무이사는 "이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투자자 친화적인 상법 개정안을 도입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며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500만 명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사상 최고 실적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가 이 대통령의 목표치를 훨씬 뛰어넘었을 때도 이 대통령은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코스피 지수가 8000선 바로 아래 있던 6월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했지만,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코스피 지수는 약 6000선까지 급락했다.

이재명 정부는 또 위험도가 높은 상품에 대한 투자 접근성을 완화했다. 5월 말 규제 당국은 사상 처음으로 개별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 몇 주 만에 레버리지 ETF는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주가 변동에 베팅하는 투자자들로부터 100억 달러(약 14조 원) 이상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며 투자자가 큰 손실을 보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레버리지 ETF 도입에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규제 당국도 해당 상품에 대한 투자 접근을 제한했다.

존 리 코리아리스크그룹 편집장은 증권사들에 대한 규제 완화는 이재명 정부가 투자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했던 의도를 반영한 것"이라며 "그러나 해당 정책은 정부에 엄청난 역풍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FT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 30대에서 7.4%P 하락하며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서울에 있는 한 은행 간부는 장기적으로 내 집 마련을 위해 투자하고 있는 30대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며 "상당수가 레버리지를 이용해 주식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뒤이어 정부가 코스피 지수 상승을 위해 레버리지 ETF 승인을 서둘러 처리했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정부를 특별히 신뢰하기 때문에 정부가 주식 투자를 적극적으로 장려한 데엔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40대에 처음으로 주식 투자를 했다는 윤모 씨는 자신의 저축금 전체와 남편의 연금을 모두 주식에 투자했다가 9% 손실을 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또 "투표권을 얻은 이후로 줄곧 민주당을 지지했다"면서도 시장이 폭락하는 동안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 다음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덧붙였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