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중국의 '소주성'은 성공할 수 있을까

정은지 베이징 특파원. ⓒ 뉴스1
정은지 베이징 특파원. ⓒ 뉴스1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이달 중순 중국은 '소비 확대 15·5(2026~2030) 규획'을 발표하며 향후 5년간 소비 확대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소비 분야만을 별도로 다룬 국가급 특별 계획을 내놓은 것은 1949년 신중국 성립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제15차 5개년 계획 시행 첫해 발표된 이번 규획의 핵심 목표는 2030년까지 사회소비재 소매판매 총액을 약 60조 위안(약 1경3000조 원) 규모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지난해 소매판매 총액이 약 50조 위안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년 동안 20%가량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규획에는 상품 소비와 서비스 소비, 소득 증대, 소비 환경 개선 등 6개 분야에 걸쳐 28개 핵심 과제도 담겼다.

중국 경제는 제조업과 수출이 여전히 성장을 떠받치고 있지만 내수 부진과 부동산 침체, 민간투자 위축이 장기화하면서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5% 안팎의 성장률을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3년 반 만에 가장 낮은 4.3%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국민이 돈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정책적 지원을 통해 소비를 성장의 새로운 축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 정부가 소득 증대를 통해 성장을 모색했던 것처럼, 중국 역시 소비가 경제를 견인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당국은 이번 규획을 발표하면서 중국의 소비 구조는 지속적으로 고도화되고 있고 소비 능력과 소비 환경 역시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정말 중국인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을까.

최근 베이징에서 체감하는 소비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필수 소비를 제외하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가성비'를 우선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만나는 사람마다 "경제가 좋지 않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다. 최근엔 베이징 최초의 24시간 식당이던 '진딩쉬안'을 비롯해 베이징을 대표하던 식당 여러 곳이 문을 닫았다.

그렇다고 소비할 여력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중국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 예금 잔액은 166조 위안으로 1인당 평균 예금은 11만8000위안에 달했다. 2021년의 7만3000위안과 비교하면 60% 이상 증가했고, 2024년에는 처음으로 1인당 평균 예금 10만 위안을 넘어섰다.

지역별 편차는 있겠지만 투자와 소비를 미루고 현금을 쌓아두는 '예방적 저축'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총편집인을 지낸 후시진은 자신의 SNS을 통해 이번 규획을 소개하며 "소비 부진은 중국 경제의 장기적인 아킬레스건이 아니라 경제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의 글에는 "돈을 벌어야 소비도 할 수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이 먼저"라는 댓글이 잇따랐다. 소비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 정부가 수년째 소비 진작 정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래 소득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소비보다 저축을 선택한다. 소비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기술 발전이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고 소득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중국 테크기업에서 근무하는 30대 지인은 "회사에서 AI 활용을 적극 권장하지만 언젠가는 내가 하는 일도 AI가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을 늘 한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소비를 늘리는 것은 정책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여러 소비 정책이 나온다 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중국이 '소비주도성장'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15차 5개년 계획이 끝나는 2030년엔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