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바다 유린한 유령선박, 김정은 벤츠 대주던 밀수범단이었다"
FT 추적보도…케이블 절단 등 혐의 선박, 北제재 회피망과 연결
대만의 허술한 항만관리도 문제…회색지대 전술 배후 드러나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대만의 해상 안보를 위협하던 '그림자 선단'이 과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초호화 벤츠 리무진을 밀수했던 국제 범죄 네트워크와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만을 압박하기 위한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 배후에 국가뿐만 아니라 돈을 좇는 초국가적 범죄 조직이 동원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FT는 데이터 분석업체 C4ADS, 해양 정보 플랫폼 스타보드와 함께 대만의 해저 통신케이블을 고의로 절단한 혐의를 받는 선박 '훙타이 58호'의 소유주가 '도영해운(Do Young Shipping)'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도영해운은 지난 2018년 유엔의 대북 제재를 뚫고 김 총비서의 방탄 메르세데스-마이바흐 차량을 북한에 밀반입한 전력이 있는 악명 높은 유령회사다. 북한 정권에 외제차를 배달하던 조직의 배가 대만 안보까지 위협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들 그림자 선단은 정체를 숨기기 위해 교묘한 수법을 동원했다.
불과 몇 달 만에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8번이나 바꾸며 위장하고, 감독이 허술한 국가에 선박을 등록하는 '편의치적' 방식을 악용한 것이다.
대만 정부는 이런 의심 선박 98척을 비공개 블랙리스트에 올려 감시하고 있지만, 이들은 계속해서 신분을 세탁하며 법망을 피하고 있다.
이 범죄 망에는 대만 국적자도 연루돼 있었다.
대만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선박 6척을 관리한 '펑위안 마린 서비스'의 단독 이사는 대만인 리페이위로 확인됐다. 과거 북한에 불법 유류를 환적한 혐의로 유엔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언급된 다른 회사에서 회계 담당자로 일했던 인물이다.
서방의 한 안보 당국자는 "대북 제재 위반으로 유명한 회사가 대만 항구 기록에 버젓이 이름을 올려도 아무 제지를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만 사법당국 역시 이를 국가안보 사안이 아닌 단순 해상 사건으로 취급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훙타이 58호' 선장은 고의적 케이블 손상 혐의가 인정됐음에도 가벼운 형량을 받는 데 그쳤다.
대만 해안경비대는 블랙리스트 작성 이후 의심 선박 활동이 급감했다고 주장하지만, 해양 정보 플랫폼 '스타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만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신호를 끄거나 비정상적 기동을 한 의심 선박은 1400척에 달해 오히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보드의 한 전문가는 "블랙리스트만으로는 끊임없이 정체를 바꾸는 선박을 식별하기에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며 새로운 대응 방식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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