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162엔 돌파하며 39년 반 만의 최저…日 개입 가능성 고조
1986년 이후 최저…미 금리인상 전망·달러 강세에 엔화 추락
재무상 "필요시 단호한 조치"…도요타는 58억달러 환차익 기대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 엔화 가치가 39년 반 만에 최약세를 경신했다. 엔화는 달러당 162엔 선을 돌파하며 198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에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도 다시 커지고 있다.
30일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한때 달러당 162.40엔까지 하락했다. 전날 뉴욕시장에서는 161.98엔까지 밀렸으며, 이날 도쿄시장에서는 심리적 저항선인 162엔이 무너지자 낙폭이 확대됐다. 1986년 12월 이후 약 39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2024년 7월 기록했던 161.96엔도 넘어섰다.
달러당 엔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은 11시 28분 기준 0.19% 올라 162.15엔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견조한 경제와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엔화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고용과 소비,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이어간 데다,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1~2차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글로벌 자금이 달러 자산으로 몰리면서 엔화는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큰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지난 16일 정책금리를 1.0%로 올려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인상했지만 엔화 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국 기준금리(3.50~3.75%)와의 금리 차가 여전히 큰 데다, 일본의 실질금리도 낮아 투자자들이 저금리 엔화를 빌려 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일본 정부가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도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화 가치 하락은 일본 경제에 엇갈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출기업에는 호재다. 블룸버그는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올해 약 58억달러의 추가 이익을 얻을 것으로 추산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엔화가 달러 대비 1엔 하락할 때마다 영업이익이 500억엔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식료품과 전기요금 등 생활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고물가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지지율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60엔선을 넘어선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인 11조7300억엔(약 724억달러)을 투입해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섰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노무라증권의 고토 유지로 외환전략가는 블룸버그에 "현재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일본 당국이 실제 시장 개입에 나설지, 아니면 구두 개입 수위를 높일지 여부"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과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은 이날 잇따라 구두 개입에 나섰다.
가타야마 재무상은 각의 후 기자회견에서 "필요하다면 언제든 적절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환율에 대해서는 필요한 경우 단호한 조치를 취한다는 점을 미·일 재무장관 간에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향후 엔화 약세가 더욱 빨라질 경우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다음 목표는 달러당 164~165엔 구간이 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일본 정부의 실제 시장 개입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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