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기업 넘어 소비·세수·증시 선순환…韓·대만 경제부흥"

전직 BNP파리바 아태 주식총괄 로이터 칼럼
"내수 살리고 성장률 끌어올려…부의 효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종가와 비교해 290.86포인트(p)(3.55%) 상승한 8476.15, 코스닥은 전일 대비 29.56포인트(p)(2.68%) 하락한 1074.80로 마감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주간종가 대비 5.1원 오른 1507.9원을 기록했다. 2026.5.29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 붐이 한국과 대만의 개별 반도체 기업 실적을 넘어 양국 경제 전반의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BNP파리바증권 아시아태평양 주식리서치 총괄을 지낸 마니시 라이차우두리 에머캐피털파트너스 최고경영자(CEO)는 1일 로이터 칼럼에서 "투자자들은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주식에 몰려들고 있지만 AI 붐의 효과는 단순히 반도체 기업 이익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며 "가계 소비와 투자, 세수 증가를 통해 광범위한 경제 회복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라이차우두리는 한국과 대만을 "북아시아의 AI 강국(AI powerhouses)"으로 규정했다. 그는 팩트셋(FactSet) 자료를 인용해 지난 12~15개월 동안 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크게 높아졌으며 특히 대만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은 11.8%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빅테크들의 막대한 AI 투자로 SK하이닉스(000660)와 삼성전자(005930), TSMC 등 핵심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급증했고 이는 직원 보너스와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면서 직원들에게 기본급 29개월치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지급했다. 삼성전자도 최근 노사 합의를 통해 반도체 부문 이익의 10.5%를 주식 보상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라이차우두리는 이러한 소득 증가가 소비 확대로 연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소매판매 증가율이 올해 1~4월 평균 4%로 지난해 0.3%에서 크게 높아졌고, 대만 역시 최근 6~8% 수준의 높은 소매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AI 호황이 금융·유통 등 비반도체 업종 실적까지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팩트셋 추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한국 금융주의 2026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67%, 대만 금융주는 11%, 한국 유통주는 8% 상향 조정됐다.

그는 특히 "AI가 만들어낸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소비를 더욱 자극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AI 붐이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충격을 상쇄하는 효과도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대만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지만 메모리 반도체와 첨단 칩 가격 급등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유가 상승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AI 투자 열기가 꺾일 경우 반도체 기업 실적 감소와 보너스 축소, 소비 둔화, 세수 감소가 연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북아시아에서는 AI의 밀물이 점점 더 많은 배를 들어 올리고 있다"며 "아직까지 폭풍우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칼럼의 핵심은 AI가 단순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TSMC 같은 반도체 기업의 실적만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임금과 소비, 투자, 세수 증가를 통해 한국과 대만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AI 붐이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충격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AI가 반도체 수출 증가를 넘어 가계소득과 내수, 국가 재정까지 끌어올리며 경제 전반의 체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