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위기에 日 원유 조달 '비상'…중동산 절반, 중간 해역서 환적

닛케이 "일본행 유조선 33척 중 15척, 말레이·인도 해역서 선박 간 환적"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앞바다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는 사진을 지난 4일(현지시간) 이란 ISNA통신이 보도했다. 2026.5.5. ⓒ AFP=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뒤 일본 정유사들이 중동산 원유를 중간 해역에서 다른 선박으로부터 넘겨받는 이례적 방식으로 조달하고 있다고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닛케이가 유럽 해운조사 업체 케이플러의 선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3월 이후 일본으로 향한 유조선 68척 가운데 중동산 원유를 실은 선박은 33척이었다. 이 중 15척은 중동이 아니라 말레이시아나 인도 해역에서 외국 선박으로부터 원유를 옮겨 실은 뒤 일본으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선박이 아시아 해역에서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원유를 넘겨받는 것은 중동 위험 해역 항해를 피하기 위한 조치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나서 각국 유조선 등 선박 통항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일본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페르시아만 연안 주요 원유 선적항에 들어가기 어려워졌다. 오만만도 해상 위협 수준이 최고 단계로 올라갔고,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대 역시 후티 반군 공격으로 일본 선박의 통항이 제한돼 왔다고 닛케이가 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은 원유의 약 95%를 중동에 의존한다. 평시에는 일본 선박이 중동에서 일본까지 이른바 '오일 로드'를 따라 원유를 운반했지만, 호르무즈 위기 이후엔 중동~아시아 중간 해역 운송을 외국 선박에 맡기고 일본 선박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아시아 해역에서 원유를 넘겨받아 일본까지 운항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례로 에네오스홀딩스 산하 해운사의 유조선 '에네오스 드림'은 지난달 21일쯤 말라카 해협 인근에서 한국 유조선으로부터 아랍에미리트(UAE)산 원유 약 180만 배럴을 넘겨받아 이달 3일 일본 오이타시, 11일 가와사키시의 정유소에 공급했다. 에네오스 드림에 원유를 환적한 한국 유조선은 이보다 앞선 지난달 10일쯤 UAE 동부 푸자이라항을 출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스를 통해 원유를 옮기는 선박 간 환적엔 2~3일이 걸리고, 거래 조건에 따라 약 10만 달러(약 1억 600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미국산 원유를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일본까지 운송하는 데 편도 50~55일이 걸리는 것과 비교했을 때 그 기간이 약 25일로 줄어 "비용을 감안해도 미국산 대체보다 저렴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닛케이는 호르무즈 위기 이후 일본이 조달한 중동산 원유 가운데 아시아 해역에서 환적한 건 2470만 배럴로 의 20%를 넘는다고 전했다. 또 아시아 해역에서의 선박 간 환적은 최근 5년간 분기 평균의 9배에 달했다.

다만 중동산 원유의 해상 환적은 어디까지나 임시 조달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동 산유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우회 수출로를 마련하고 있지만, 항만이나 파이프라인이 공격 대상이 될 경우 대체 경로도 마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미국과 러시아 극동 사할린2, 중남미,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 중동 외 산유국에서의 조달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