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옌쉐퉁 "美 신뢰 잃고 쇠퇴 '불확실' 국가로…동맹들 현실 직시를"

[NFF2026] "내주 미중 정상회담, 문제 '해결' 대신 '안정' 논의할 것"
"美中 국력차 더욱 줄어들 것…일부 동맹 외 모두 中부상 기회로 인식"

옌쉐퉁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 명예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뉴스1 미래포럼에서 중국의 외교와 탈세계화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2026.5.7 ⓒ 뉴스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중국을 대표하는 국제정치학자 옌쉐퉁 칭화대학교 국제관계연구원 명예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 전쟁으로 "미국의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옌 원장은 7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뉴스1 미래포럼 2026' 강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통제 상태를 벗어났다며 "미국인과 동맹국들의 불신"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미중 경쟁의 전망에 관해서는 "중국과 미국 사이의 국력 격차는 점점 더 좁혀질 것"이라며 미국 동맹국들이 "중국의 부상에 대한 우려를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옌 원장은 중국을 대표하는 국제정치학계 석학이다. 2008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그를 100대 세계 사상가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이란 전쟁, 美 동맹국 의구심 증폭시켜…미중 회담, 정세 안정 집중"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이란 공습을 전격 결정한 뒤 군사적 대치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옌 원장은 "상황이 이미 트럼프의 능력을 벗어났다"며 "자신의 전략만으로는 정치적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란 전쟁으로 미국이 "중동 내 자국의 거점을 보호할 능력이 없다면, 다른 지역의 동맹국들을 보호할 군사적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고 있다"며 "트럼프의 과제는 미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물론, 국민들과 동맹국들의 불신을 어떻게 줄이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옌 원장은 내주 열릴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는 시각에 관해서는 "안보 문제보다는 경제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옌 원장은 "중국은 분쟁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기보다는 해협의 상황을 어떻게 안정시킬지에 대해 트럼프와 대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회담이 관계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이후에도 미중 경쟁 지속…美동맹들, 미국 쇠퇴 직시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옆 김해공군기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10.30 ⓒ 뉴스1 ⓒ AFP=뉴스1

옌 원장은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이 트럼프 행정부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트럼프, 바이든과 관계없이 중국을 미국 패권에 대한 도전자로 취급해 왔다"며 "단지 경쟁을 처리하는 접근 방식만을 바꿀 뿐"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새로운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는 우려에 관해서는 "유엔 회원국 중 50% 이상의 국가들이 중국의 부상을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100% 확신한다"며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것은 "극소수의 미국 동맹국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관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라며 "미국의 동맹국들은 무엇을 희망하든 상관없이 미국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 사이의 국력 격차는 점점 더 좁혀질 것이다. 이 추세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옌 원장은 중국이 아닌 미국의 리더십이 국제질서의 더 큰 변수가 됐다고 봤다. 그는 "트럼프 이후 미국이 다른 정책을 채택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지만, '다름'이 어느 정도의 차이인지, 어떤 방향의 변화인지 아무도 모른다"며 미국이 "매우 불확실한 국가"가 됐다고 비판했다.

최근 강대국 정치의 대안으로 부상한 '중견국 연대론'을 두고는 "미·중 간 글로벌 리더십의 공백이 생겼을 때 중견국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한국을 비롯해 많은 중견국이 이러한 연대가 미국과의 관계를 약화할까 봐 주저하고 있다"고 회의감을 드러냈다.

"韓, 외교 역할 확대해야…北 적대시 정책은 '점진적 관계 개선'으로 풀자"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중국 상하이 국제회의중심에서 열린 한·중 벤처스타트업 서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7 ⓒ 뉴스1 허경 기자

옌 원장은 '실용외교'를 추구하는 한국 정부가 "독자적인 외교 정책을 채택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 정책을 따를 것인지 고민하는 시기에 있다"며 "어느 방향이 국가에 더 이로운지 분위기를 보고(testing the water) 있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옌 원장은 한국 정부에 "외교가 안보 강화와 국제 환경 개선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안보가 오직 군사력에만 의존할 수 있다고 믿는 생각은 틀렸다"며 외교적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도 공격받는 나라가 있지만, 군사력이 약한 일부 중견국은 수십 년간 평화로운 삶을 유지하기도 한다"며 "한국의 과제는 나라를 보호하는 데 외교가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와 밀착하며 대남 적대시 정책을 강화하는 북한에 관해 묻자 "서로가 적인 상황에서 양측은 항상 상대방의 위협을 우려한다"며 남북 관계 정상화를 주문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점진적으로 상호 신뢰를 쌓고, 갈등 해결 접근 방식을 개발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과거 관계 개선 시기의 경험을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