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엔 휴전중재, 이란엔 군수물자…실익 노린 中 '양면전술'

트럼프 방중 앞두고 중재 나서면서도 뒤로는 이란 지원 정황
美 곤경은 기회지만 유가 급등은 中도 부담…복잡한 셈법 작동

지난해 9월 2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5.09.0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양면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이란을 향해서는 미국과의 협상을 촉구하며 평화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국 기업이 이란에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물자를 수출하도록 암암리에 방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중국이 자국에 이익이 되도록 양쪽을 오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동 전쟁에 발이 묶이는 상황은 중국 입장에서 나쁠 것이 없다. 미국의 군사적 자원과 외교적 관심이 아시아에서 멀어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중국에도 부담이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원유 수입의 약 3분의 1을 페르시아만에 의존하는 중국 경제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워싱턴 소재 스팀슨센터의 윤 선 선임연구원은 "베이징의 정책 담론은 전쟁 장기화보다는 정세 완화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복합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중국은 적극적인 평화 중재에 나섰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4월 초 휴전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이란,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관련국들과 26차례나 통화하며 중재 노력을 기울였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막후에서 이란이 휴전 조건을 수용하도록 설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평화 중재라는 표면적 모습 뒤에는 이란에 대한 군사 지원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미 정보당국은 중국 기업이 이란에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MANPADS)을 보내려 한 정황을 파악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달 2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선박에서 발견된 물자를 두고 "중국이 보낸 선물일 수 있다"고 언급하며 중국의 이중적 태도를 에둘러 비판했다.

트럼프 시진핑 부산 정상회담. 2025.10.30 ⓒ 로이터=뉴스1

결국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오는 14~15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이란에 대한 영향력을 지렛대로 삼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NYT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시진핑 주석을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를 활용해 무역 문제 등 다른 현안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중동 내 중국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미국의 전통 우방국들마저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으며, 이란 내부에서도 미국의 압박에 맞서기 위해 중국과 더욱 밀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브루킹스 연구소의 라이언 해스 연구원은 중국이 중동에서 무한정 외교적 역할을 확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중국의 우선순위는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와 수출 시장의 안전이라는 실무적인 부분에 있다"며 "타 지역의 안보 문제를 자국의 짐으로 떠안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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