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오일쇼크 비켜간 中…전기차·재생에너지 '자립' 빛났다
화학원료 생산은 석탄으로 대체…비축유도 꾸준히 확대
NYT "트럼프 1기부터 미중 대결이 中 에너지 자립 촉진시켜"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세계 각국이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으나,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상대적으로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이 같은 중국의 복원력은 우연이 아니라 10년 이상 준비해 온 '에너지 자립 전략'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비축유 확대, 전기차·재생에너지 확산을 통한 석유 수요 억제, 석탄을 활용한 화학 원료 대체 생산 확대 등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오일쇼크에 대비해 왔다.
특히 중국은 그간 석유 대신 석탄으로 메탄올·합성 암모니아 등 기초 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체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활용했던 방식을 현대화한 것으로 중국 내 화학산업 원료 조달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중국이 석유화학 원료 생산에 투입한 석탄 사용량은 2020년 1억 5500만 톤에서 2024년 2억 7600만 톤으로 급증했고, 작년엔 전년 대비 15% 늘면서 미국의 전체 석탄 소비량 2억 3000만 톤을 넘어섰다.
이런 전략은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질소비료의 핵심 원료인 요소의 경우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국제가격이 40% 이상 급등했지만, 중국산은 국제가의 절반 이하를 유지하면서 중국 농업과 제조업의 원가 부담을 낮추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질소비료의 3분의 1을 생산하는 중국이 그 80%를 석유가 아닌 석탄 기반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란 게 NYT의 설명이다.
게다가 중국은 10년 전만 해도 세계 최대 내연기관차 시장이었으나, 현재는 세계 최대 전기차(EV) 시장으로 탈바꿈한 상태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전기차 제조업체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 온 데다, 재생에너지 분야에도 수천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 결과, 중국의 휘발유·경유 등 정제유 수요는 2년 연속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석유·가스 소비가 이미 정점을 찍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또한 중국은 믈라카 해협 등 원유 수입 해상 루트 봉쇄에 대비해 2004년 긴급 비축유 제도를 도입한 이후 최근 수개월간 비축유를 적극적으로 늘려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례로 중국의 작년 원유 수입량 증가율은 전년 대비 4.4%로 소비 증가율 3.6%를 웃돌았다.
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집권 1기 때부터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전략이 가속화됐다고 전했다. 이 시기 미·중 무역전쟁 및 기술 대결이 촉발되면서 중국 지도부가 에너지 '자립' 노선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독일 화학기업 BASF의 중국 대표를 27년간 맡았던 요르그 부트케 또한 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하는 모든 행동이 베이징의 자립을 더 촉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 같은 에너지 전략은 외교적 자산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에너지 부족 사태에 직면한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지난달 중국 측에 에너지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역내 에너지 안보를 위해 협력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의 요한나 크렙스 연구원은 "중국은 이번 사태를 자급자족 노선에 대한 격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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