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 日경영전략가 "변화 두려워않는 韓 질주…멈춰선 日" 자성

오마에 겐이치 "韓, 사회 전체가 국제화된 인상…日, IT·비현금화 뒤져"
"日 영어교육 여전히 구태의연…부부별성제조차 반대하며 전혀 안변해"

오마에 겐이치(大前研一·82) 출처: 비즈니스 브레이크스루(BBT) 대학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일본 경제·경영계의 한 시대를 풍미한 세계적 경영 컨설턴트가 한국과 일본의 극명한 대비를 담은 진단을 내놓았다. 한국이 정치·외교·IT·산업 전반에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빠르게 진화한 반면, 일본은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는 뼈아픈 평가다.

1970~1990년대 일본 기업 전략 컨설팅을 이끈 대표적 인물인 오마에 겐이치(大前研一·82)는 일본 유력주간지 슈칸포스트 최신판에 실린 칼럼에서 한일 정상회담에서의 '셔틀 외교' 지속 합의와 한국 내 대일 호감도 상승 등을 언급하며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나의 평가는 최근 들어 완전히 바뀌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과거엔 반일 성향의 좌파 정치인이었지만, 현재까지는 일본에 비교적 온건한 태도를 보이며 외교 무대에서도 능숙하게 처신하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과 관련, 중국의 공세에 깊이 개입하지 않았다면서 "매우 현실적이고 노련한 균형 외교"라고 진단했다.

오마에는 또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공기 자체가 변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업무상 한국을 200회 이상 방문했다"면서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가지 못하다가 2024년 10월 오랜만에 강연을 위해 서울을 찾았는데, 모든 면에서 눈부시게 변해 있었다"고 놀라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 외국인 관광객은 일본·중국인이었지만 이번엔 유럽·미국·동남아시아·중동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고, 한국인들의 영어 실력도 크게 향상됐다면서 "사회 전체가 국제화된 인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지금은 일본을 훨씬 능가하는 IT 사회가 됐다"고 김대중 정부의 IT와 금융 개혁도 소개했다. 그는 유엔 전자정부 순위에서 한국이 3위, 일본이 14위이고, 비현금결제 비중에서 한국이 99%, 일본이 36%라는 점을 들어 "일본은 IT화와 캐시리스화 모두에서 한국의 뒤를 따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마에는 산업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LG, 현대차와 기아 등 재벌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보다 강해졌고, 군수 분야에서 한화는 대우조선을 인수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무기 수출 거대 기업이 됐다"고 소개했다.

물론 한국의 어두운 단면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청년 취업률과 노동 환경, 고령자의 상대적 빈곤율을 언급하며 "한국 국내엔 문제도 산적해 있다"면서도 "그런데도 한국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2005년 호적제도 폐지, 1인 양육 지원책 확대, K팝 그룹의 전 세계적 인기, 인공지능(AI) 강국을 목표로 한 교육 정책, 지방 분권 등을 소개했다.

반면, 일본을 향한 평가는 서늘했다. 오마에는 "일본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영어 교육은 구태의연하고, 호주제 폐지는커녕 선택적 부부별성제조차 반대하며, 지방 분권을 추진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 다카이치 총리가 과연 일본을 진화시킬 수 있을지 깊은 의구심이 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서 일본 지사장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회장을 지낸 오마에는 과거 한국의 교육열과 IT 발전 속도를 극찬하며 "일본이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때로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또 1990년대 한국 대기업의 세계 진출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