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에 빠져 블랙핑크까지 들어"…케이팝 확장 주목한 美언론
WSJ "케데헌 OST의 좋은 접근성·멜로디 안정성이 성공 원인"
신규 K-팝 팬층 대거 끌어들여…향후 K-팝 산업 방향에 관심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넷플릭스가 지난 6월 공개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헌터스(K-Pop Demon Hunters·케데헌)'가 미국 내 K-팝 열풍을 새롭게 확산시키고 있다. K-팝에 관심이 없다가 케데헌의 음악을 들으며 다른 곡을 찾아보게 되고 점점 K-팝에 빠져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두 아이의 엄마 애슐리 파인(41)은 "노래들이 너무 중독성 있다"면서 이를 듣다가 블랙핑크의 신곡까지 함께 듣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는 가상의 걸그룹 헌트릭스와 악마 보이밴드 사자보이즈가 노래와 검으로 맞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은 미국에서만 33억 회 이상 스트리밍되며 무명 가수들을 일약 스타로 만들었고, 신규 K-팝 팬층을 대거 끌어들였다. 스포티파이 집계에 따르면, 영화 이후 처음 K-팝을 접한 이용자의 40%가 사운드트랙을 통해 장르에 입문했다.
케데헌 성공과 함께 다른 K팝 아티스트들도 두각을 나타냈다. 블랙핑크 로제는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APT.'로 그래미 후보에 올랐고, 하이브 유니버설 소속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는 틱톡 2025년 최다 인기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케데헌은 미국 극장에서 합창 상영회를 성황리에 열었고, 영화 캐릭터를 본뜬 핼러윈 의상도 불티나게 팔렸다. 헌트릭스의 목소리를 맡은 가수들은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 등장했으며, 골든글로브와 그래미 후보 지명으로 내년 초까지 주목을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헌트릭스의 '골든(Golden)'은 미국 스포티파이 톱50에서 70일간 1위를 지키며 K-팝 사상 최장 기록을 세웠다. 사운드트랙은 앨범 순위 정상에 오르며 일주일 만에 1억 4000만 회 이상 스트리밍을 기록, 기존 K-팝 앨범들이 수백만 회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대비됐다.
넷플릭스라는 대중적 플랫폼과 영어 애니메이션 형식은 접근성을 높였고, 어린이와 가족 관객을 중심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일부 팬들은 영화 속 가상의 그룹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의 음악을 현실 아티스트처럼 소비했다.
각본을 맡은 해나 맥메컨과다냐 히메네즈는 영화 작업을 계기로 K-팝에 빠져들었고, 스트레이 키즈와 BTS 음악을 탐구하며 팬이 됐다. 케데헌의 노래들은 스트리밍 영화에 삽입되어 기존의 K팝보다 접근하기 쉬워서, K팝에 관심 있는 미국 청취자들에게 입문 곡 역할을 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또 전문가들은 미국 청취자들이 언어 장벽과 복잡한 곡 구조 때문에 K-팝에 적응하기 어려워했지만, 이번 OST는 팝 시장과의 간극을 좁히는 멜로디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보았다.
프로듀서 사반 코테차는 '골든'을 케이티 페리의 '로어(Roar)'와 '파이어워크(Firework)'에, 영화 속 사자보이스가 부른 '유어아이돌(Your Idol)'을 테일러 스위프트와 할시의 히트곡에 비유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K-팝 강의를 하는 이혜진 교수는 두 곡(골든과 유어아이돌)을 "K-팝 인접 장르"라 설명했다. K-팝의 외형과 이미지를 차용했지만, 음악적 구성이 미국 팝과 가깝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면서 "미국 청취자들이 이를 통해 K-팝을 더 받아들일지, 또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전환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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