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환호 뒤 '내면의 악마' 마주한 K-팝…NYT "새 사운드 주목"

올해 K-팝 결산…뉴진스 사태로 균열 보였지만 혁신 가능성 시사

16일(현지 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글로벌 빌리지에서 열린 '2025 K-엑스포 아랍에미리트: 올 어바웃 케이 스타일'의 한 프로그램인 'K팝 콘서트'에 참석한 현지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가 장석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11.17/뉴스1
7일 경북 구미시 구미역 앞에서 열린 '2025 구미라면축제'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가 라면을 먹는 모습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라면축제는 오는 9일까지 구미역 일대에서 열린다. 2025.11.7/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케이(K)-팝이 올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K-팝 데몬헌터스'로 세계적 영향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면서도, 동시에 산업 내부의 갈등과 피로를 드러낸 해였다는 미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화려한 성과가 이어졌지만, 그 이면에서는 뉴진스와 소속사 어도어와 법적 공방이 벌어지면서 창작 자유와 산업 구조 사이의 긴장이 깊어진 한해였다는 분석이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데헌은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시청한 영화가 됐고 OST는 국내외 차트 정상을 휩쓸었다. 주제가 '골든(Golden)'은 빌보드 핫100에서 8주간 1위를 차지하며 그래미 후보에도 올랐다.

그런데 NYT는 걸그룹 헌트릭스가 좀비 같은 악마로 표현된 사자보이스와 맞서 팬들을 지키는 이야기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닌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팝 음악과 예술적 자유 사이의 긴장감을 상징하거나, 대중 매체가 가장 열렬한 소비자들의 감각을 무디게 만들어 조작에 취약하게 만드는 방식에 대한 경고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영화에 대한 논평대로 K-팝의 화려한 성과 뒤에는 균열이 있었다. K-팝 걸그룹 뉴진스는 2022~2024년 부드럽고 세련된 음악으로 K-팝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지만, 소속사와의 계약 분쟁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민희진의 퇴출로 활동이 사실상 중단됐다.

NJX라는 이름으로 지난 3월 홍콩에서 공연을 시도했으나 법적 공방 속에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이 사태의 최종 결과가 "K-팝이 예술적 자유를 추구할 것인지, 단순히 규모 확장에만 집중하는지, 상향식 혁신을 추구하는지 아니면 하향식 지배를 추구하는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NYT는 보았다.

한편 협업은 K-팝의 새로운 활로가 됐다. 블랙핑크 로제가 브루노 마스와 함께한 '아파트(Apt.)'는 2024년 말 발표 이후 올해까지 차트를 지배했고, 지수와 제인, 제이홉과 퍼렐 윌리엄스·도 톨리버, 제니와 도에치 등 다양한 협업이 이어졌다. 애플TV의 오디션 프로그램 '케이팝트(KPopped)'는 해외 팝스타와 K-팝 그룹이 함께 명곡을 재해석하는 형식으로 이런 흐름을 반영했다.

다만 NYT는 주류 그룹들이 상업적으로 성공하고 있지만 음악적 틀은 반복적이고 지루해지고 있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스트레이 키즈, 트와이스, 엔하이픈, 세븐틴 등이 활발히 활동하지만 창의성은 한계에 부딪혔다고 평가했다. 다만 레드벨벳 웬디의 솔로 EP '써룰리언 버지(Cerulean Verge)'는 밝고 약간은 발랄한 80년대 팝 사운드가 담겨있다고 높게 보았다.

그러면서 오히려 대형 기획사 밖에서 젊은 아티스트들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 예로 에피, 더 딥, 김제이 등이 하이퍼 팝의 실험성을 흡수해 도발적이고 현대적인 사운드를 선보이고 있다고 했다.

NYT는 이들의 음악이 "숨 막히는 시스템 아래에서 자라나면서도 그 시스템 밖에서 존재하고 싶어 하고, 동시에 간접적으로 (비꼬는 의미로라도) 비판하고 싶어 하는, 선구자 세대의 사운드"라면서 K-팝 특유의 과장된 면모가 깊숙이 숨겨져 있지만, 그 위에 세워진 것은 참신하고 도전적이며 지극히 현대적이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K-팝 산업이 내부의 피로와 불안에 맞서 싸우는 지금, 어쩌면 의도치 않게 K-팝 산업을 뒤흔들 사운드를 탄생시켰을지 모른다"고 이들 음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