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매체 "벼랑 끝 한국 김치" 조명…안방서 반값 중국산에 밀려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김치 종주국인 한국에서 국산 김치가 중국산 김치에 밀려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 식당과 가정 식탁에서 국산 김치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건 압도적인 가격 차이 때문이다.

2025년 현재 한국 식당에 납품되는 중국산 김치 가격은 1㎏당 약 1700원이지만 국산 김치는 1㎏당 평균 3600원으로 두 배 이상 비싸다.

일부 유통업체에서는 중국산 김치가 국산보다 60~65%까지 저렴하게 팔리기도 한다.

이런 가격 차이 때문에 많은 식당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국산 김치 사용을 포기하고 중국산을 사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한국의 김치 수입액은 1억5900만 달러(약 2360억 원)에 달했으며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됐다. 같은 기간 김치 수출액은 1억3700만 달러(약 2033억 원)에 그쳐 김치 무역수지가 2207만 달러(약 327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산 김치의 가격 공세에 국내 영세 김치 제조업체들은 존폐 갈림길에 섰다. 한국 김치 제조업체의 약 4분의 3은 직원이 4명 이하인 소규모 사업장으로, 중국의 대규모 공장식 생산 시스템과 경쟁이 어려운 구조다.

인천에서 30년 넘게 김치 공장을 운영해 온 김치은 대한민국김치협회장은 가디언에 "파산만 면해도 다행인 상황"이라며 "지난 10년간 많은 업체가 시설 투자조차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기후 변화 때문에 배추 수급도 어려워졌다. 이상 고온 현상으로 배추 농사가 어려워지면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해 여름에는 배추 한 포기 도매가격이 3배 치솟기도 했다.

배춧값이 폭등하면 식당들은 값싼 중국산 김치로 눈을 돌리게 되고, 한 번 바꾼 후에는 다시 국산으로 돌아오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다.

한국 정부와 관련 업계는 국내 김치산업 보호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김치협회는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해 수입 김치를 쓰던 식당이 국산으로 전환하면 1㎏당 1280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김치 바우처'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협회 측은 수입 김치의 비정상적으로 낮은 신고 가격을 감시하기 위해 사전 관세 평가를 적용해 달라고 정부에 청원했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치산업진흥법에 근거해 국산 김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 계획을 추진 중이다. 식당들이 자발적으로 국산 김치 사용을 인증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배추 재배 농가에는 기상 정보와 병충해 방제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 비축 물량을 풀기도 했다. 수출용 김치의 유통기한을 늘리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원산지 허위 표시를 막는 단속도 강화했다. 관세청은 김장철을 맞아 수입 김치를 국산으로 속여 파는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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