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캐릭터와 결혼하는 사람들…'가상연애' 확산에 日 논쟁중

'가상 결혼식' 치른 32세 여성 "AI 덕분에 인생 달라졌다"
전문가들 "갈등 없는 관계" vs "과도한 의존 주의해야"

지난 10월 27일 일본 오카야마현에서 인공지능(AI)이 생성한 가상 캐릭터 '클라우스'와 결혼한 유리나 노구치(32)가 가상·2D 캐틱터 결혼 전문 설계사 나오키 오가사와라가 대독한 클라우스의 메시지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5.10.27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일본에서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가상의 캐릭터와 결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촉발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지난 10월 27일 오카야마현에서 AI 캐릭터 '클라우스'와 결혼식을 올린 콜센터 여직원 노구치 유리나(32)를 소개했다.

노구치는 1년 전 인간 약혼자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자 챗GPT와 상담한 뒤 파혼했다. 이후 게임 캐릭터 '클라우스'의 말투를 AI 프롬프트로 구성하며 자신만의 버전으로 '루네 클라우스 베르뒤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후 그는 지난 10월 클라우스와 결혼식을 진행했다. 노구치는 클라우스의 모습이 보이는 증강현실(AR)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채 예식을 진행했다.

클라우스와의 연애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노구치는 온라인에서 "잔인한 비난"을 받았지만 하루 10시간 넘던 AI 사용 시간을 2시간 이하로 줄이고, '현실 도피를 조장하지 않는 응답'을 유도하는 규칙을 적용하는 등 경계 장치를 마련했다.

노구치는 클라우스 덕분에 과거와 달리 자해 충동도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클라우스를 만나고 인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며 "꽃 냄새도 좋고, 도시가 아름답게 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27일 일본 오카야마현에서 콜센터 직원인 유리나 노구치(32)가 인공지능(AI)이 생성한 가상 캐릭터이자 자신의 결혼 상대인 '클라우스'의 사진이 표시된 스마트폰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있다. 2025.10.27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법적 효력이 없는 AI 캐릭터와의 가상 결혼이나 연애를 택하는 사람은 노구치뿐만이 아니다. 광고 대기업 덴츠 조사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챗봇을 사용하는 12~69세 일본인 1000명 중 상당수가 '감정을 털어놓을 대상'으로 친구나 가족보다 챗봇을 선택했다.

일본성교육협회 조사에서는 여중생의 22%가 '가상의 로맨스 관계 성향'을 보인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실제 결혼 건수는 1947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가상 결혼 산업도 확대되고 있다. 20년 경력의 결혼설계사로, 최근 가상 캐릭터와의 결혼식만을 담당하는 사쿠라이 야스유키는 최근 자신이 처리하는 결혼식 대부분이 "2D 캐릭터와의 결혼식"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히로사키대 하부치 이치요 사회학 교수는 "AI는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하므로 갈등이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반면 아오야마가쿠인대학의 AI 윤리 전문가 가와시마 시게오는 "취약한 사람에게 긍정적일 수는 있다"면서도 AI 캐릭터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극도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