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우크라, 19개항 새 초안 마련…'난제' 영토·나토는 공란"

美·러의 28개항 평화안서 대폭 수정…우크라 "美, 우리 제안 모두 반영"
영토·안전보장 등 민감 사안은 젤렌스키·트럼프에 맡겨…美, 곧 러 접촉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로이터=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앞서 미국과 러시아가 마련한 28개 항의 평화안 초안을 크게 손질해 19개 항목의 새 평화안을 마련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협상에 참여한 세르히 키슬리차 우크라이나 외무부 제1차관은 이번 회의에 대해 "강도 높았지만 생산적"이었으며 양측 모두가 "긍정적"이라고 느낀 수정된 초안을 만들었다고 FT에 말했다.

그는 양국 협상팀이 여러 사안에 합의했지만 영토 문제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러시아·미국 간 관계 등 가장 논쟁적인 사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결정하도록 "괄호 안에 남겨두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토 문제의 경우 헌법상 국민투표가 필요한 사안으로 협상팀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 공영 라디오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배제하는 조항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반영해 수정된 것 같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키슬리차 차관은 또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된 새로운 초안이 우크라이나의 반발을 샀던 이전 버전과는 닮지 않았다며 "원래 버전에서 남은 것이 극히 적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대표단이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의견을 경청하고 제안에 열린 태도를 보였다며 "우리가 제안한 모든 것을 논의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을 60만 명으로 제한하는 항목에 대해서도 미국 측이 삭제할 의향을 보였다. 그는 "미국이 유출된 평화안 초안에 있던 우크라이나 군 병력 규모가 더 이상 논의 대상이 아님에 동의했다"며 "군 관련 세부 사항은 계속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의 전쟁 책임을 완전히 사면해 주는 항목도 "전쟁으로 고통받은 이들의 불만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다시 작성됐다고 전했다.

당초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합의를 굳히는 방안도 논의돼 왔다고 한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 측근 일부가 두 정상이 충돌하면 협상 전체를 망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머물기로 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제네바 회담을 통해 항목을 크게 줄인 새로운 초안을 보고받았으며 "많은 올바른 요소가 포함됐다"면서도 "가장 민감한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새롭게 마련한 이 초안을 들고 러시아 측과 다시 한번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날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마련한 새로운 초안을 아직 보거나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에 치우친 것으로 평가되는 28개 항목의 종전안을 우크라이나에 오는 27일까지 동의하라고 압박해 왔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협상단은 제네바에서 이를 두고 협상을 했고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유럽연합(EU) 기관 대표 등 유럽 동맹국이 참여한 별도 회의도 열렸다.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과 루스템 우메로우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 등이 참석했고, 미국에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 그리고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참석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