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발 中·日 갈등, 트럼프의 아시아 관여 의지 시험대"

FT "中, 美와 무역 전쟁 휴전 뒤 자신감…역내 세력균형 민감한 시기"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으로 불붙은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아시아 관여 의지를 엿볼 시험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이번 사태가 일본과의 동맹에 대한 미국의 헌신 정도는 물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역내 긴장 고조 시 관여할 의지가 있는지 살펴볼 중대한 시험대라고 진단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대만 유사 상황은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국가 존립 위기 사태'로 볼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일본 현직 총리가 이런 주장을 편 건 처음이다.

중국은 이에 일본에 연일 비난을 퍼부으면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 차단부터 자국민의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 장관 회의 취소까지 다양한 보복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FT는 "중국의 군사·경제력이 전반적으로 강화하면서 긴장 고조 시 강도와 속도가 심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이번 분쟁은 중·일 관계뿐만 아니라 역내 세력 균형에도 민감한 시기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휴전을 끌어낸 뒤 힘을 얻었다 느끼는 분위기"라면서 군사적으로는 9월 전승절 열병식에서 최신 무기를 과시하며 갈수록 공세적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의 닐 토마스 중국분석센터 연구원은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 휴전으로 미국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세계 각국의 무역 마찰 속 미국이 동맹과 우방을 적극 보호할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중국이 이들 국가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여지 역시 더욱 커졌다.

미국은 이번 중일 갈등을 놓고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비판하고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지만 현재로선 그뿐이다.

FT는 "역내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들에게 일본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무역 긴장 속에서도 중요한 시금석"이라며 "일본의 가장 중요한 동맹인 미국은 중일 분쟁에도 대체로 후방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지경학연구소의 폴 나도 연구원은 "중국이 이번 사태를 미일 사이 어느 정도 간극이 있는지 살펴볼 기회로 삼으려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