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엔 대신 500원 내고 가버려"…日가게 사장들 분통

30년 만에 되살아난 '동전 소동'

일본 도쿄의 한 라멘 가게에서 종업원이 주방에 서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2020.12.1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최근 일본에서 500원짜리 한국 동전이 500엔 동전으로 혼동돼 결제에 사용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20일 후지뉴스네트워크(FNN)에 따르면 일본 각지 소규모 상점에서 500원과 500엔 동전의 혼입 사례가 잇따라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후쿠시마현의 한 라면 가게에서는 지난 4일 한 손님이 500엔 대신 500원 동전을 지불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지난해 12월 도쿄 가쓰시카구의 한 목욕탕도 매출을 정산하던 중 500엔 동전 더미에서 500원 동전을 발견했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렸다.

피해를 본 가게 주인들은 두 동전의 외형이 매우 흡사해 바쁜 시간에는 구분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도쿄 신주쿠에서 우동 가게를 운영하는 이토 다카시(69)는 FNN에 "크기와 무게가 거의 같아 분간하기 힘들다"며 지난 10년간 약 15차례 비슷한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500엔의 가치는 약 50엔에 불과해 이 같은 오인 결제는 상인들에게 10배에 가까운 손실을 준다고 FNN은 지적했다.

500엔 동전과 500원 동전은 26.5㎜로 지름이 동일하다. 1999년까지만 해도 재질마저 백동(구리·니켈 합금)으로 같았다.

무게 자체는 500원 동전이 0.6g 더 무겁지만 손으로 만져서는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1990년대에도 이런 유사성을 이용한 '500원 동전 사기'가 일본 전역을 휩쓸었던 적도 있다. 당시 범죄자들은 500원 동전의 표면을 깎아내거나 드릴로 구멍을 뚫어 무게를 500엔 동전과 비슷하게 맞췄다.

이렇게 변조된 500원 동전은 자동판매기에 투입돼 500엔으로 인식됐고, 범죄자들은 반환 레버를 눌러 진짜 500엔 동전을 꺼내거나 상품을 구매한 뒤 거스름돈을 챙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다.

이 수법은 전국적으로 확산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비화했으며 1997년 한 해 동안 일본 경찰에 압수된 500원짜리 동전만 1만4000개에 달했다.

일본은 이에 대응해 500엔 동전 재질을 니켈 황동으로 변경하고 사선 형태의 톱니를 넣어 위조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2021년에는 구리·아연·니켈을 3겹으로 쌓아 중심부와 바깥 부분의 색이 다르도록 외형을 바꿨다.

그 결과 자동판매기 등 기계를 통한 부정 사용은 차단됐지만 사람의 눈과 손에 의존하는 대면 결제에서는 여전히 혼동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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