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해커 암호화폐 1조원 세탁에 세계1위 거래소 바이낸스 연루"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코인 런드리' 프로젝트서 드러나
해킹한 이더리움, '토르체인'서 비트코인으로 바꿔 추적 회피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북한 해킹 조직이 탈취한 1조원대 암호화폐를 세탁하는 과정에서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17일(현지시간) 발표한 '코인 런드리' 탐사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해킹으로 훔친 이더리움(ETH) 중 약 9억 달러(약 1조3000억 원)가 바이낸스 계좌로 흘러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ICIJ 추적에 따르면 북한 해커들은 교묘한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했다. 이들은 지난 2월 15억 달러 규모 바이비트 거래소 해킹으로 탈취한 이더리움을 곧바로 현금화하지 않았다.
대신 '토르체인'과 같은 탈중앙화 교환 서비스를 이용해 추적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비트코인(BTC)으로 전환한 뒤 여러 개의 바이낸스 계좌로 분산 송금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ICIJ는 북한 해커뿐 아니라 멕시코의 시날로아 마약 카르텔과 인신매매에 연루된 중국 범죄조직, 러시아의 랜섬웨어 조직 등 수많은 범죄 집단이 바이낸스와 OKX, 코인베이스 같은 대형 거래소를 자금 세탁의 핵심 통로로 사용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특히 바이낸스는 지난 2023년 11월 미국 법무부에 자금세탁 방지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고 막대한 벌금을 냈는데도 불구하고 법원의 감시를 받는 기간에도 범죄 조직과 연계된 수억 달러의 자금 흐름을 계속해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제라드 라일 ICIJ 사무총장은 "과거 조세회피처들이 숨겨진 돈이 움직이는 방식을 보여줬다면 이제는 동일한 세력이 불법 자금을 공공연하게 옮기기 위해 암호화폐 시장을 악용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코인 런드리' 탐사 보도 프로젝트에는 35개국에서 온 100여명의 언론인이 참여했다.
past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