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진다며 미역국 안먹기·증시 늦게 열기…외신도 주목한 韓 수능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역국은 금기, 항공기는 멈춤, 증시는 늦게 열린다.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CSAT·수능)이 치러지는 날, 온 나라가 숨을 죽였다. 지난 13일 치러진 2026학년도 수능에 대해 외신들은 시험의 규모와 사회적 의미, 금기, 그리고 국가적 개입 수준까지 집중 조명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한국에서 수능이라고 불리는 대학 입학시험이 13시간 동안 치러졌으며 55만4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응시했다고 전했다. 인디펜던트는 "이 시험의 규모는 수능이 한국 사회 구조에 얼마나 깊이 자리 잡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면서 "수능은 단순한 학업적 장벽이 아니다. 많은 학생에게 이 시험은 대학 입학, 미래 취업 전망, 그리고 더 넓은 사회적 이동을 위한 관문이다"고 평가했다.
특히 수능 같은 큰 시험에서 나타나는 고유의 의식도 전했다. 시험 전날에 교회와 사찰 등에 부모와 친척들로 가득 차 시험을 잘 보게 해달라는 기도를 올리고 찹쌀떡과 같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선물을 바친다고 했다. 많은 학생이 미역국을 먹지 않는데 미끈미끈한 면 때문에 시험에서 "미끄러진다"는 속설이 있다고 전했다.
시험의 규모가 워낙 커서 국가까지 원활한 시험을 위해 개입한 점도 외신의 관심이었다. 인디펜던트는 한국 언론을 인용해 전국적으로 1만475명의 경찰관과 2238대의 순찰차가 교통 관리 및 학생 긴급 호위에 투입되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수험장 도착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많은 공공기관과 기업이 출근 시간을 조정하고 증시도 한 시간 늦게 개장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대형 차량의 운행 경로도 조정했다고 했다.
가장 압권은 영어 듣기 영역에 방해될까 봐 항공기 이착륙까지 중단된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35분 동안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되고, 드론 운항이 중단되며, 모든 응시자가 음성을 명확하게 들을 수 있도록 공사 현장까지 일시 정지됐다고 했다. 실제로 AFP에 따르면, 오후 1시 5분부터 1시 40분 사이에는 국제선 75편을 포함한 총 140편의 항공편이 방해를 피하기 위해 일정이 변경되었다.
다른 매체들 역시 수능 날 이색적인 모습을 전하면서 한국에서는 수능이 "사회적 이동성, 경제적 안정, 심지어 좋은 결혼으로 가는 관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의미를 짚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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