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에 中 AI칩 품귀 심각…정부가 나서서 분배 통제"

"화웨이에 우선 공급하라" SMIC에 지시 내려져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의 수출 제한으로 중국 내 인공지능(AI) 반도체 부족 현상이 극심해지자 중국 정부가 나서서 AI 칩 분배에 개입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SMIC에 화웨이에 대한 AI 칩 공급을 우선 배정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시장 개입은 AI 반도체 부족이 그만큼 극심하다는 뜻이다. 중국 유망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칩 부족으로 올해 초 최신 AI 모델 출시를 연기해야만 했다.

중국 기업들은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을 몰래 들여오거나 원격으로 다른 국가의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해 반도체에 접근하는 사례가 보고됐다.

성능이 낮은 구형 반도체 수천 개를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묶어 AI 모델 훈련에 사용하는 고육지책도 등장했다.

이 때문에 전력 소모가 막대해져 일부 지방정부는 전기 요금 보조금까지 지급하는 실정이다.

미국 정부 내에서는 대중국 수출 통제 정책의 효과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고 WSJ은 전했다.

수출 통제가 중국의 AI 발전을 효과적으로 늦추고 있다는 주장과,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만 부추기고 엔비디아 같은 미국 기업에만 피해를 준다는 주장이 맞선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AI 분야에서 미국에 불과 몇 나노초 뒤처져 있을 뿐"이라며 화웨이와 경쟁할 수 있도록 수출 허가를 내달라고 촉구했다.

중국은 기술 자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주도로 국영 데이터센터에서 엔비디아 칩 사용을 중단시키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설치된 제품까지 제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선 엔지니어들은 화웨이 등 자국산 칩의 소프트웨어 지원 부족과 시스템 과열, 충돌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화웨이의 실제 생산량을 두고도 미국 정부와 시장조사기관의 추정치가 크게 엇갈린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지난 6월 의회 청문회에서 화웨이의 연간 AI 칩 생산량을 약 20만 개로 추산했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올해 화웨이 생산량을 80만5000개로 예상하며 내년에는 생산량이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적인 추격에도 질적인 격차는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9월 보고서에서 화웨이의 최신 AI 칩 '어센드 910C'를 SMIC가 만들 경우 생산된 실리콘 100개 중 95개는 불량이 나올 수 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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