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이시바, 전후 80주년 메시지…"역대 내각 역사 인식 계승"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퇴임을 앞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0일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맞아 과거 정부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담화는 각의(국무회의)를 거치지 않은 총리 개인 견해에 그쳤다.

아사히 신문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후 80년에 소감'을 통해 "전후 50년, 60년, 70년 총리 담화를 바탕으로 역사 인식은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세 차례 담화에선 왜 그 전쟁을 피할 수 없었는가에 대해선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며 "전후 80년의 이 시점에 국민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다"고 했다.

이시바 총리는 당시 정치가 군대보다 우위에 있어야 하는 문민 통제의 원칙이 헌법상 존재하지 않았다며 정부·의회·언론의 관점에서 구체적인 역사적 사례를 들며 고찰했다.

정부에 대해 "통수권의 의미가 확장되면서 군부는 이를 정부와 의회의 통제를 배제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게 됐다"며 "정부는 군부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반군 연설을 했던 사이토 다카오 중의원이 국회에서 찬성 다수로 제명된 사실을 언급하며 "의회도 군을 통제하는 기능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언론을 놓고는 1931년 만주사변 무렵부터 "적극적인 전쟁 지지로 돌아섰다"며 "많은 국민이 이에 현혹되어 민족주의가 더욱 고조됐다"고 비판했다.

이시바 총리는 전후 일본이 문민 통제를 갖췄다면서도 "이는 어디까지나 제도일 뿐, 적절히 운용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보다 정신적·감정적 판단이 중시됨으로써 국가의 진로를 잘못 잡았던 역사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일본 총리는 1995년부터 각의를 거쳐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는 1995년 종전 50주년에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 우러난 사죄를 표명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도 2005년 종전 60주년에 동전의 역사의식을 계승하는 내용의 담화를 공개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5년 종전 70주년에 "역대 내각이 반복해서 표명해 온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 우러난 사죄의 마음은 앞으로도 흔들림 없는 입장"이라면서도 "아이들과 손주, 이후 세대 아이들이 계속 사죄하는 운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했다.

이번 이시바 총리의 담화는 A4용지 약 6쪽 분량으로 무라야마·고이즈미·아베 전 총리의 담화보다 길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