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다카이치 당선에 26년 연정 '삐걱'…공명당, 정치개혁 최후통첩
공명 "정치헌금 규제 수용해야"…다카이치 강경노선에 불만 폭발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일본 집권 자민당이 강경 우파 성향인 다카이치 사나에를 총재로 선출하자 26년간 이어져 온 공명당과의 연립 정권이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공명당은 지난 9일 연정 유지 조건으로 내건 정치자금 개혁안을 자민당이 수용하지 않으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자민당으로부터 충분한 답변이 없다면 총리 지명 선거에서 다카이치의 이름을 쓸 수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정치자금 문제에 관한 양당 대표 회담이 10일 예정돼 있어 일본 정치권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양당 갈등의 핵심은 수 차례 스캔들이 불거졌던 자민당의 정치자금 문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공명당은 기업과 단체의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정치단체를 당 대표 지부 등으로 대폭 제한하는 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공명당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는 배경에는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로 자신들까지 피해를 봤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실제로 공명당은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비자금 문제 여파로 참패했다고 분석했다. 공명당의 참의원 비례대표 득표수는 최다였던 2004년 862만 표에서 올해 521만 표로 40% 가까이 급감했다.
반면 자민당은 공명당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명당의 개혁안을 수용하면 국회의원과 달리 지방 의원들이 대표로 있는 정당 지부 8000여개가 기업과 단체의 기부금을 못 받게 되기 때문이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닛케이 인터뷰에서 "당의 허리는 지방이 지탱하고 있다"며 정치 헌금 규제가 당의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정치자금만이 아니다. '여자 아베'로 불릴 만큼 강경 보수 성향인 다카이치 총재의 등장 자체가 갈등의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화주의를 내세우는 공명당과 그 지지기반인 불교 창가학회는 다카이치 총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발언과 외국인 혐오 발언 등을 깊이 우려한다.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됐던 하기우다 고이치 의원을 간사장 대행으로 임명한 것도 공명당의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공명당의 이탈 가능성에 자민당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감지된다. 자민당의 한 전직 간부는 연립 와해 가능성을 "가볍게 보지 않는 게 좋다"고 경고했다.
만약 1999년부터 26년간 이어진 이른바 '자공 연립'이 깨진다면 다카이치 정권은 출범부터 중대 위기를 맞게 된다. 여소야대 구도가 굳어지면 예산안과 법안 처리 등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다카이치 총재는 정책 색깔이 비슷한 제3야당 국민민주당에 손을 뻗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그는 지난 5일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와 비밀리에 회동했다. 그의 당선을 도운 아소 다로 부총재 또한 국민민주당 간부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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