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총재 결선 다카이치 vs 고이즈미…최초 여성 혹은 최연소 총리(종합)

1차 투표 590표 중 1위 다카이치 183표, 2위 고이즈미 164표

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기자클럽 주최 자민당 총재 선거 토론회에 참여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 2025.09.24.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 집권 자민당(LDP)의 차기 총재 선거가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64)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44) 사이 결선 투표로 이어졌다. 최종 총재가 누가 되더라도 지지부진한 자민당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고, 반이민 성향의 신흥 정당 ‘산세이토’의 부상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4일 실시된 자민당 총재선거 1차 투표에서 1위 다카이치는 총 183표를, 2위 고이즈미는 총 164표를 얻어 결선에 진출했다. 1차 투표는 전국 자민당원·당우(지지 단체 회원) 295표와 국회의원 295표를 합친 총 590표를 바탕으로 결과가 결정됐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어 곧바로 결선이 이어졌다.

결선에서는 국회의원 295표와 광역자치단체 도도부현련(시·도당) 47표를 통해 신임 총재 겸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후임이 정해진다. 결선 결과는 오후 3시 20분께 나오고 당선자는 6시 기자회견을 열 것으로 보인다.

최종 승자는 오는 15일 국회에서 총리로 공식 승인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간 일본에서 다섯번째 총리가 나오는 것으로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참패 이후 사퇴를 결정했다.

다카이치가 당선되면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며, 고이즈미는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젊은 총리로 기록될 전망이다.

누가 당선되도 차기 총재는 고령화, 지정학적 불안, 경기 침체, 이민 문제 등 복잡한 과제를 마주한다. 무엇보다 자민당이 1955년 이후 거의 끊임없이 집권해온 정당으로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특히 이민을 '조용한 침략'이라 규정하며 외국인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극우 정당 산세이토는 젊은 유권자층을 중심으로 지지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민당은 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와 고이즈미는 산세이토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유권자들을 겨냥해 외국인 노동자와 관광객에 대한 우려를 표출했다.

경제 분야에서 다카이치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를 계승해 대규모 재정 지출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지해왔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다소 절제된 입장을 보였다.

다카이치는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투자 협정을 재검토할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이는 일본 정부가 미국의 관세 완화를 대가로 일본 납세자 자금을 투자한 내용이다. 고이즈미는 해당 협정을 옹호하고 있다.

다카이치의 민족주의적 성향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다카이치는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과 대만과의 '준안보동맹' 구상도 제시한 바 있고 당선 시 "일본이 돌아온다(Japan is Back!)"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해외 순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이즈미는 전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아들로, 1885년 이토 히로부미 이후 가장 젊은 총리로 기록될 수 있다.

지난해에는 결혼 시 부부가 반드시 한 성을 써야 하는 19세기 법 개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환경상 재직 중에는 일본 남성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육아휴직을 사용했고, 올해는 쌀값 급등 사태 속에서 농림수산상으로 긴급 투입돼 정부 비축미를 방출하며 국민 불안을 잠재웠다.

하지만 경험 부족과 가벼운 발언으로 비판받기도 한다. 예컨대 '기후변화 대응은 재미있고, 멋지고, 섹시해야 한다'고 말해 우리나라에서는 펀쿨섹이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하다.

도쿄대 명예교수 가와토 사다후미는 "고이즈미가 개혁적 이미지를 잘 보여주지만, 토론 능력이 부족해 국회가 열리면 인기가 얼마나 유지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