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당 총재선거 고이즈미-다카이치 양강?…하야시 급부상 주목
"과거 기시다파 2인자 하야시, 결선 진출시 이시바표 흡수 가능"
고이즈미, 최근 댓글 사건 악재…다카이치, 의원 표 못 늘려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일본의 차기 총리를 결정할 집권 자민당의 총재 선거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44)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64) 중에 승자가 나올 것이란 기존 전망에 균열이 점차 발생하고 있다.
지지세를 바짝 끌어올리고 있는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64)이 내달 4일 치러지는 투표에서 다카이치를 제치고 결선에 오른다면 고이즈미를 밀어내고 차기 자민당 총재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의원 표에선 고이즈미가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하야시가 다카이치를 밀어내고 2위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나온다. 당원표에선 다카이치와 고이즈미가 1, 2위를 다투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발행하는 주간지 아에라(AERA)는 30일, 대부분의 예측이 고이즈미 대 다카이치의 결선 투표를 예상하지만, 최근 하야시가 지지세를 넓히며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과거 기시다파(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끌었던 자민당 파벌)의 이인자였던 하야시는 지난해 총재 선거(4위)와 달리 이번에는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하야시 측은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를 넘어 결선에 진출하면,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얻었던 표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고이즈미-다카이치 측이 '이시바 내리기'를 주도한 세력의 지지를 받는 반면, 하야시 측은 이에 관여하지 않아 이시바 지지 의원들의 표를 얻기 유리한 것으로 계산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다카이치 지지의 핵심이었던 아소파의 최고 고문인 아소 다로가 아직 공식적인 지시를 내리지 않았고, 다카이치의 다른 주요 지지 기반인 구 아베파가 비자금 문제 등으로 의석수가 감소했다는 점도 하야시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매체는 자민당 내에서 돌고 있는 한 집계를 인용해 다카이치의 의원표 예상치는 지난해보다 많이 감소한 40~50표이며, 하야시(60~70표)에 뒤처지는 것으로 예측됐다고 전했다.
자민당 소속 한 현련간부는 아에라와의 인터뷰에서 "고이즈미 씨는 아직 너무 젊다. 다카이치 씨는 정치 수완보다는 우파 이데올로기가 앞서는 느낌이다. 야당과 연립 정권을 구성해야 하는 어려운 정국이다. 하야시 씨의 안정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하야시의 맹추격에 대해선 다른 매체들도 주목하고 있다.
일본 후지TV 계열 FNN은 결선 투표에서 원래 예상은 고이즈미 대 다카이치였지만 다카이치의 의원표가 늘지 않고 하야시의 의원 표가 증가할 경우에 고이즈미 대 하야시 대결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FNN은 29일까지 조사한 의원 표와 관련, 고이즈미는 전체의 약 30%인 80여 표를, 하야시는 약 60표, 다카이치는 40여 표를 확보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하야시의 맹추격 요인으로 과거 기시다파의 견고한 결속력과 이시바 총리의 지원을 들었다.
요미우리도 지난 28일 판세 분석에서 결선 투표가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고이즈미와 다카이치가 앞서 나가고 하야시가 뒤쫓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요미우리의 의원 표 동향 예측(의원 90% 조사)은 고이즈미 71표, 하야시 52표, 다카이치 38표이다. 자민당 지지층 조사에선 고이즈미 40%, 다카이치 25%, 하야시 16%이다. 당원 및 당우 조사에선 고이즈미 41%, 다카이치 28%, 하야시 13%이다.
교도통신 역시 지난 28일 판세 분석에서 2파전에 하야시가 뒤쫓는 정세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의원 표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고이즈미에 비해, 다카이치는 당원 표에서 지지를 확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자민당 지지층 전화 조사에선 다카이치 34.4%, 고이즈미 29.3%, 하야시 19.5%였다.
한편 고이즈미는 댓글 지시 사건으로 최대 악재를 만난 상황이다. 고이즈미 캠프가 내부 관계자들에게 '니코니코 동화'에 칭찬 댓글을 달라고 지시한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니코니코 동화'는 일본 내에서 10~30대 젊은 층과 서브컬처 팬층 사이에서 특히 영향력이 큰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다.
일본의 언론인 아오야마 가즈히로는 아베마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댓글 사건으로 당원 표에서 다카이치 쪽으로 상당히 기울고 있다면서 "만약 다카이치와 고이즈미 간 격차가 '더블 스코어'가 되면, 결선 투표에서 의원들이 당원의 의사를 뒤집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오는 10월 4일 선거에서 총재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295표와 당원 295표를 합쳐 전체 590표 가운데 과반을 차지해야 한다. 당원 표는 투표권자가 전국 당원과 당우(자민당 정책 지원단체 회원)인데, 각 도도부현별 투표 결과를 비례대표 방식으로 배분하게 된다. 개표 결과 누구도 절반을 넘지 못하고 표가 분산된 경우에는 상위 1·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치른다.
결선 투표에서는 국회의원 295표와 함께 광역자치단체 도도부현(都道府県)에 1표씩 할당되는 '도도부현연표' 47표를 놓고 싸운다. 상대적으로 국회의원의 표가 더 세지는 구조다. 결선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이가 당 총재로 당선되며, 자민당 신임 총재는 총리 지명 선거를 거쳐 일본 총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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