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하토야마 전 총리, 中전승절 행사 참석…장남 "가지 마세요"

하토야마 "일본 침략은 사실…신뢰 맺는 게 아시아 평화 위한 길"
野 대표도 하토야마 장남 두둔…산케이 "中 선전에 이용될 우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지난해 5월 27일 전북자치도 전주시 전주대학교 스타센터 온누리홀에서 '나에게 우애란'을 주제로 특별 강연회를 하고 있다. 2024.5.27/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다음달 3일로 예정된 중국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전승절) 기념 열병식에 참석하기로 하자 그의 장남이 이를 만류하고 나섰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8일 하토야마 전 총리가 열병식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하토야마 전 총리는 산케이신문에 "일본이 일찍이 침략한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이 이겼다고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어떻게 일중관계를 개선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장하오 주일 중국대사로부터 열병식 참석을 요청받았다면서 양국관계가 "험악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로 신뢰 관계를 맺는 것이 아시아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 이외에 일본인 10여명이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그의 장남인 하토야마 기이치로 중의원은 이날 밤 엑스(X)를 통해 "아버지에게 (열병식) 출석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의 비극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역사에서 배울 것은 확실히 배우면서 억지를 중심으로 항상 전략적 준비를 하는 것"이라며 "그 관점에서 일본의 전 총리가 중국 정부의 전승 기념행사에 출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기이치로가 소속된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도 "존경하는 아버지에게 간언하는 것은 마음이 아팠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올바른 인식"이라고 동조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하토야마 전 총리의 열병식 참석과 관련해 "알지 못하며 논평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산케이신문은 전직 총리의 열병식 참석이 중국 정부의 정치 선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정권교체를 이루고 총리가 됐으나 정치자금 문제와 미국과의 갈등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해 9개월 만에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했다. 지한파로 알려진 그는 과거 일본의 침략과 식민 지배 과오를 지적하는 등 전향적인 역사 인식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이번 전승절 열병식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 가나스기 겐지 주중 일본대사 등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참석하지 않는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