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선거판의 '일본인 제일주의'를 주시한다[최종일의 월드 뷰]

도쿄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는 참정당의 가미야 소헤이(神谷宗幣) 대표. 출처: 인스타그램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7월 20일 치러지는 일본 참의원(상원에 해당) 선거에서 최대 관심사는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과반 의석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다. 중의원(하원에 해당)에 이어 참의원에서도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 취임 9개월을 맞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 책임론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2020년 창당한 참정당(参政党)이 얼마나 많은 의석을 차지할지다. 일본 언론에선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단 관측이 나올 정도다. 교도통신의 지난 5~6일 비례대표 정당 지지 조사에선 자민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6월 28~29일 조사 때보다 2.3%포인트 오른 8.1% 응답으로, 야당의 대표격인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을 따돌렸다.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초반 판세 분석에서 자민·공명당은 과반 유지가 불확실하고, 참정당은 "약진할 것"으로 봤다. 마이니치는 "자민이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급부상하는 참정당의 존재"라며 "지금까지 자민당을 지지해온 콘크리트 보수 지지층이 참정으로 흐르고 있다"는 여당 간부의 발언을 소개했다.

참정당은 "일본인 퍼스트(日本人ファースト)"를 내세운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며 내세운 '아메리카 퍼스트'와 슬로건이 같다. 유럽에서도 주목받는 이런 극우 정당의 흐름이 이웃 나라 일본에서 주류 정치를 위협할 태세다.

추구하는 이념이나 정책을 확인하니 더 놀랍다. 핵심 강령은 △글로벌리즘에 맞서 국민국가 지향 △외국자본의 공용지·기업·수자원 매수 반대 △이민 수용보다 국민의 취업과 소득 상승 촉진 △자학사관 버리고 일본 자부심 고취 교육 실시 △약이나 백신에 의존하지 않는 치료·예방체제 강화 △메가솔라·풍력 발전 추진에 의한 환경 파괴 저지 등이다. 트럼피즘(Trumpism)의 일본 버전이다.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운 참정당의 참의원 선거 포스터

또한 일왕을 '원수(元首)'로 하고, '국민 주권'보다 '국가 주권'을 담은 헌법 개정을 주장한다. 국민 주권을 지키려면 국가가 제대로 주권을 가져야 한다는 황당한 논리다. 또 '식량자급률 100%' '0~15세에 1명당 매월 10만 엔(약 94만 원) 지급' 등도 내세웠다. 쌀값 폭등에 성난 민심과 심각한 사회 문제인 낮은 출산율에 대한 해법이다.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찍히지만 유권자들의 시선은 사로잡은 것 같다.

특히 고립주의 노선은 선명하다. 자민당은 '불법 외국인 제로(0)'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도 노동력 수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데 반해 참정당의 가미야 소헤이(47) 대표는 "싼 노동력이라고 해서 이방인을 함부로 들이면 일본인들의 임금은 오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당초, 내국인이 기피하는 고강도 저임금의 업종에서 일손이 모자라 외국인을 찾게 되는 사정의 선후를 무시한다. 정책이라기보단 정치 구호에 가깝다.

일본 내 엘리트층은 '수준 이하'라고 혹평한다. 도쿄대학의 이시카와 겐지 교수는 아시히신문에 "나와는 이질적인 '타자'의 존재를 상정하고 있지 않으며, 타자와의 공존, 권력에 대한 경계와 같은 입헌주의의 본질이 결여돼 있다"고 질타했다. 도쿄신문은 "자민족 우월주의로 비칠 수도 있다"며 "인구 감소 사회에서 중요한 외국인 노동자 수용이나 다양성 실현을 목표로 하는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지금 일본 사회에서 먹히고 있다. 정치 무관심층 그리고 임금 정체와 고용 불안, 주택 문제 등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불만이 많은 20~30대 남성들을 끌어들인다. 소셜미디어(SNS)를 적극 활용하는 감성 자극적 단순 정치 논리가 이들을 파고든다. '외국인 유입으로 일본 사회가 바뀌는 것이 아닐까'라고 흐릿하게 느끼는 이들이 '일본인을 지킨다'는 단순한 주장에 휩쓸린다는 것이다.

극우 포퓰리즘 정치는 서구 정치에선 이미 맹위를 떨치고 있다. 반이민을 내세우는 프랑스의 국민연합(RN)과 독일의 독일대안당(AfD), 네덜란드 자유당(PVV) 등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낳은 불평등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자양분으로 삼았다. 이들은 전통적 가치의 몰락이란 막연한 불안감과 위기감을 자극했다.

우리와 타자를 구획 짓고,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저항 정신으로 정당화했다. 민주주의는 설 자리가 없다. 트럼프는 제조업 쇠퇴로 인구 감소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미 북동부와 중서부 지역 주민들의 소외감을 분노로 증폭시켰다. 배타적 국가주의, 이민자 배척, 사회적 불평등 심화는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일본에는 역사적 배경을 가진 재일 한국·조선인과 중국계가 있고 근래엔 동남아와 중남미 이민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일본인 퍼스트'는 이들과의 공생을 가로막는다. "외국인 차별과 다르다. 반(反)글로벌리즘이다"라는 참정당 측의 시시한 주장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침략 전쟁이란 과거의 무거운 기억을 일깨운다. 배외주의가 군국주의와 결합한 결과였다.

정치에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걸 믿지만, 이들의 배타적·퇴행적 목소리가 일본 사회에서 선을 넘는 순간 이웃 국가들과 새로운 갈등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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