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돼도 야스쿠니 참배"…다카이치, 아베 지지로 다크호스 부상

아베 전 총리 "정치 신조나 여성이라는 점이 어필할 수 있다"
도전하면 당 창당 이후 총재 선거에 출마한 두 번째 여성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자료사진> ⓒ AFP=뉴스1

(서울=뉴스1) 박병진 기자 =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임기 만료로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여성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여전히 자민당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그를 전격 지지하기로 하면서다.

지난 8월부터 지속적으로 총재직 출마 의사를 밝혀온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처음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소속 파벌이 없는 데다 대중 인지도마저 낮아 총재 선거 입후보에 필요한 국회의원 추천인 20명을 확보할 확률이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가 자신이 속한 자민당 최대 파벌 호소다파(97명) 의원들에게 다카이치 전 총무상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그는 입후보에 필요한 국회의원 추천인 20명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전 총리는 "다카이치 전 총무상의 정치 신조나 여성이라는 점이 어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카이치 전 총무상이 입후보하면 1955년 자민당 창당 이후 총재 선거에 출마한 두 번째 여성 정치인이 된다. 2008년 총재 선거 때 고이케 유리코 당시 중의원 의원이 출마해 3위를 기록한 것이 자민당 총재 선거에 여성 정치인이 입후보한 첫 사례였다.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비판하며 수정을 요구한 인물로 우익 성향이 주도하고 있는 일본 정계에서도 극우 색채가 강하다. 헌법 개정을 주장하고, A급 전범을 합사 중인 야스쿠니 신사를 단골 참배하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3일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 계열 위성방송 BS후지에 출연해 총리가 되더라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향후 한국, 중국 등 주변 국가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6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정치에 미친 사람! 새 총리 후보로 '핫'한 다카이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지속 시사'라는 제목의 온라인 기사에서 "다카이치는 지난 8월 일본 월간지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군비 증액을 일본의 '국방 리스크'라고 말하는가 하면 지난달 임시의회에서는 '신장, 내몽골, 티베트 지역에서 중국 정부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헌법 개정을 주장하면서도 침략 역사에 대해 반성이 부족하고 야스쿠니 신사를 여러 차례 참배했으며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는 존재를 아예 인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베 전 총리의 지지를 받는다고 하지만 뚜렷한 극우 성향 탓에 중도파로부터 지지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 또한 약점으로 꼽힌다. 요미우리신문이 4~5일 전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카이치 총무상은 차기 총리로 적합한 정치가로 3%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1위는 23%의 지지를 받은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이었다. 호소다파의 전신인 마치무라파에 소속돼 있다가 반기를 들고 뛰쳐나온 이력도 있어, 호소다파의 지지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아베 전 총리의 다카이치 전 총무상 지지 표명으로 3파전(고노 다로, 이시바 시게루, 기시다 후미오)으로 흐를 뻔한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 이변이 나타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pb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