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건 '시노포비아'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열린 '중국인 입국금지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자유의바람, 자유대한호국단, 턴라이트, 자유법치센터 주최로 열린 이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과 관련 중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1.2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과 함께 중국 공포증, 이른바 '시노포비아(Sino-phobia)'가 역병처럼 빠르게 퍼지고 있다.

"중국 식문화는 저질" "쥐나 박쥐를 먹는 사람들을 막아야 한다"는 인종차별적 담론이 오가는가 하면, 실제 중국인 출입을 금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볼라가 콩고에서 시작됐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됐듯,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며 과도한 시노포비아는 매우 위험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비자 발급 중단…식당선 "중국인 출입 금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 "반중국 인종주의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과 홍콩 등이 중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했고,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는 29일자로 모든 아시아 국가에서 들어오는 여행객들의 입국을 금지했다.

인도네시아와 접한 파푸아뉴기니의 국경도 30일부터 폐쇄됐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도 29일부터 바이러스 최초 발생지인 중국 후베이성 방문자에 한해 입국을 막고 있다.

식당이나 사원 등에서 중국인 출입을 막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의 가게에는 '중국인 출입 금지' 안내문이 붙는가 하면, 말레이시아에서는 관광지로 유명한 몇몇 이슬람 사원에서 중국인 출입을 금지해 논란이 일었다.

◇ 中 식문화 비하 만연…유럽서도 인종차별 확산: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는 더 수위가 높은 발언들이 올라오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중국음식점 리뷰글에 "박쥐 조각이 들어갔을 수 있으니 식당에 가지 말라"는 댓글이 올라왔다고 SCMP는 전했다.

심지어 중화권으로 분류되는 싱가포르에서도 "중국인은 책상 다리와 비행기를 제외한 모든 것을 먹는다" "바이러스를 걱정할 필요 없다. '메이드 인 차이나'라 오래 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등 중국을 비하하는 글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바다 건너 영국에서도 최근 한 중국 국적 대학원생이 시내버스에 앉자마자 옆자리에 있던 승객이 몸을 닫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일이 있었다. 이 남성은 SCMP에 "사람들이 나를 마치 병균으로 보는 듯 했다. 나를 인종적 이유로 바이러스 전파자로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홍콩의 한 정육점 주인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 AFP=뉴스1

◇ 야생동물이 바이러스 진원지? "아냐" 반론도 : 이처럼 시노포비아가 널리 퍼진 이유는 바이러스 진원지로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화난 해산물 시장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해당 시장에서는 여우와 새끼 늑대, 도룡뇽과 공작새, 고슴도치 등이 식재료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야생동물을 먹는 행위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어떤 고기를 먹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철저하게 재료를 조리하고 위생적으로 음식을 준비하는 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24일자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에 따르면 첫 임상 사례 중 41건 중 13건이 화난 시장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잠복기를 고려할 때 시장이 바이러스의 근원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싱가포르 종교간이해센터의 무함마드 임란 무함마드 타이브 소장은 "중국인을 비인간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람들이 '중국인'이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출현한 게 아니다. 에볼라가 콩고에서 시작됐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됐듯,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