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레이와 시대]여성 일왕도 나올 수 있을까

CNN "나루히토 즉위 계기 日 여왕 논의 재점화할듯"
女왕족 13명 왕위계승서 배제…'아이코 공주 승계' 주장도

일본 왕실 사진. 정중앙이 30일 퇴위하는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 ⓒ AFP=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다음 달 1일 새 일왕 나루히토(德仁·59)의 즉위식을 앞두고 일본 내에서 '여왕'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수 색채가 강하고 가부장적인 일본에서는 여성 왕족 13명(남녀 모두는 18명)을 왕위 계승에서 전면 배제하고 있다. 여성의 경우 일반인과 결혼할 경우 아예 왕족 지위까지 상실하게 된다.

28일(미국 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30일 퇴위하는 아키히토(明仁·85) 일왕의 유일한 외손자 하사히토(悠仁·13) 왕자는 내달 1일 큰아버지인 나루히토가 새 일왕으로 즉위하면 왕위계승 서열이 아버지 아키시노미야 후미히토(秋篠宮 文仁·53)에 이어 2위가 된다. 나루히토 새 일왕은 아들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왕실전범에 따라 여왕 즉위가 불가능하지만 일본 역사에서 여성이 항상 배제됐던 것은 아니다. 1889년 여성의 왕위 승계가 금지되기 전까지 여성 통치자가 여러 차례 일본을 지배했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 미시간대 시즈코 T. 알렌 교수는 "고고학 연구에 따르면 4세기 일본 서부에 여성 족장 무덤이 많이 남아 있다"면서 "철기와 함께 묻힌 여성 족자들은 유능한 정치·군사·종교 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남성 족장 무덤은 5세기에 들어서야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최초의 여성 일왕은 592년부터 35년간 일본을 통치한 스이코(推古)로, 일본 최초의 헌법을 만든 인물이다.

이에 대해 미시간대 히토미 도노무라 역사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여성 통치자는 흔한 일이었지만, 여왕이 많은 업적을 남겼어도 역사책에선 남성 일왕들의 위업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왕은 가부장제 질서를 강화한 메이지(明治) 시대 이후 폐지됐다. 여왕을 허용하는 문제는 미국 점령기, 여성에게 투표권을 인정(1945년)했을 때도 논의되지 않았다.

일본에서 여왕 즉위 논의가 활발해진 것은 지난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 총리 재임 시절부터다. 당시 고이즈미 내각은 법 개정을 논의하기 위해 정치인과 학자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이는 일본 극우파의 강한 반발을 일으켰고, 이후 하사히토 왕세손이 탄생하면서 이 이슈는 사그라들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차남가(후미히토)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여왕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후미히토 왕자의 세 자녀가 왕족 지위를 이용해 명문학교에 부정입학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반면 어린시절부터 우수한 성적을 유지해 온 나루히토 새 일왕의 외동딸 아이코(愛子·17) 공주의 경우 도쿄대에 입학할 수 있는 안정권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아이코 공주의 승계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여론도 힘을 얻고 있다. 2017년 마이니치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일본인 3명 중 2명이 여왕 즉위가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도노무라 교수는 "일부 일본인 여성들에겐 여왕이 일종의 역할 모델(role model)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여성 군주는 현 시점에서 희망사항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에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변화는 미래에는 여성이 왕위를 승계할 수 있도록, 또 공주가 일반인과 결혼해도 왕실에 머무를 수 있게 하는 것 뿐"이라고 전했다.

학자들의 지적대로, 일본에서 여성의 지위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일례로 일본 의회가 올초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여성 중의원 비중은 10%로 전 세계 최저 수준이다.

5월1일 즉위하는 새 일왕 나루히토(德仁·59)의 외동딸 아이코(愛子·17) 공주. 일본에서는 아키시노미야 후미히토(秋篠宮 文仁·53) 일가 대신 아이코 공주가 왕위를 승계하길 바라는 여론이 높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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