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 日공무원, 대마도에서 고무보트로 갈아타
- 배상은 기자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한국에서 실종된 뒤 일본 근해에서 표류 시신으로 발견된 일본 내각부 소속 공무원 S(30)씨가 어선을 이용해 대마도 근방까지 이동한 뒤 고무보트로 갈아탄 정황이 드러났다. 전형적인 일본 밀항 루트다.
7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중인 기타큐슈 제7관구 해상보안본부의 한 수사관계자는 S씨가 어선으로 대마도 앞바다까지 이동한 뒤 해상에서 고무보트로 갈아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이어 한국 해양경찰청 관계자를 인용해 그가 도항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달 8일~9일은 강풍이 불고 파도가 높아 고무보트를 띄우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8일 밤에서 9일 새벽 기상 상태에 구난용 보트도 아닌 일반 고무보트로 출항했다면 풍파를 만나 전복됐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8일 밤 부산 앞바다는 서북서 방향의 바람이 강하고 파도 높이는 2~2.5m에 달했다. 9일 새벽에는 일대에 풍파주의보까지 발령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경찰 관계자도 "밤에도 낚시꾼 등으로 붐비는 해안에 수상한 사람이 있었으면 바로 간첩신고가 들어왔을 것"이라며 S씨가 부산 해안에서 바로 고무보트를 타고 일본으로 향했을 가능성에 고개를 저었다.
신문은 "S씨가 부산에서의 행적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것이 8일"이라며 "만약 그가 부산에서 바로 고무보트로 출발했다면 대마도 부근쯤에서 사망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S씨는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친구인 한국인 남성과 만나 "유학중에는 일본에 돌아갈 수 없다"며 고민을 상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사히 계열의 민영방송 ANN은 S씨가 지난달 7일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친분이 있던 한국인 남성과 서울 시내를 관광했다고 보도했다.
ANN에 따르면 S씨는 같은 달 6일 밤 친구에 "서울에 왔다. 만나자"고 메일을 보냈고 다음날 11시간 가량 서울 시내를 관광했다.
서울 모처에서 홍콩인 알렉스 행세를 하며 고무보트와 조종선외기 등 부품을 산 뒤 친구에 메일을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S씨는 이 때 친구에게 "유학중에는 일본으로 돌아갈 수 없다. 미국 유학과 생활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한국 입국전 유학중인 미국 미네소타 대학원에 다음학기 등록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러면서 친구에 "미국 귀국 항공편은 1월 16일로 예약했다"고 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S씨는 친구와 만난 다음날 오사카와 후쿠오카로 향하는 배가 출항하는 부산국제여객선터미널 근처의 한 호텔에 나타나 서울서 주문한 보트 등을 받아갔다. 이 때 역시 가명 알렉스를 사용했으며 숙박은 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다수의 일본 외무성 관계자들은 S씨의 메일 등을 조사한 결과 그가 "공개할 수 없는 사적인 이유"로 귀국해야 할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일본에서 무언가를 하고, 한국에서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비 유학 중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일본에 돌아올 수 없었던 S씨가 출입국 기록이 남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한국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대한해협을 건너가는 방법을 택했다는 추론이다.
그가 지난해 7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발급받은 관(官)용 여권은 출입국시 왕복만 가능하며 귀국한 즉시 효력이 없어진다.
baeba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