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한 동남아 리조트 공항들..예고된 '人災'
난기류 감지시스템 등 안전장비 태부족
2일 로이터에 따르면 동남아의 리조트 공항 대부분은 '윈드쉬어(wind shear·난기류)'를 감지하는 경보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발리, 태국 코사무이, 말레이시아 랑카위, 필리핀 세부 등 우리나라 해외 여름휴가족(族)도 많이 찾는 동남아 유명 휴양지에서 윈드쉬어 경보시스템을 갖춘 공항은 코사무이 뿐이다.
◇ 윈드쉬어, 항공기 안전 최대의 적
윈드쉬어는 초강력 돌풍으로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는 최대 적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일어났던 항공기 추락사고는 윈드쉬어의 위력을 실감케했다. 당시 인도네시아 저가항공사 '라이온에어' 소속 보잉 737 항공기가 발리 공항에 착륙하던중 갑자기 몰아친 윈드쉬어에 활주로를 이탈해 바다에 추락했었다. 다행스럽게도 얕은 바다로 떨어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적도 근처에 위치한 동남아에는 윈드쉬어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라이온에어 추락기의 기장은 현장 조사에서 "비행기가 강력한 바람에 의해 활주로를 이탈해 바다로 끌려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윈드쉬어의 위험을 사전에 알려주는 지상시스템이 있다면 항공기가 바다에 추락하는 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동남아 일대에서 30여년 동안 비행기를 조종한 경력의 리차드 우드워드 조종사는 "윈드쉬어가 발생할 때 지상의 경보시스템이 항공기 착륙 전 조종사에게 위험을 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상경보시스템은 항공기 조종사가 비행경로의 위험한 난기류를 포착해 이를 피할 수 있도록 사전에 경고해준다.
물론 비행기 내부에도 윈드쉬어를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장착되지만 지상경보시스템이 있다면 항공기 안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능력이 더 향상된다.
◇ 윈도쉬어 경고시스템 갖춘 공항 거의 없어
가장 큰 문제는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사아, 필리핀 등 동남아 각종 휴양지의 공항에는 항공기 조종사들에게 윈드쉬어 위험을 알려주는 경보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 곳이 거의 없다는 점이라고 현지 공항 관계자들은 말했다.
현지 정부와 공항 관계자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혹은 필리핀에는 저준위 윈도쉬어 경고시스템(LLWAS)을 지상에 갖춘 공항은 단 한 곳도 없다.
인도네시아 기상청에 따르면 자카르타와 발리 공항에는 내년이 되야 LLWAS가 설치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기상청의 항공기후책임자는 "예산 문제로 인도네시아에는 아직 LLWAS를 설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랑카위섬 소재 공항은 야간이나 악천후에 항공기가 일정한 경로를 따라 안전하게 착륙하도록 돕는 계기착륙장치(ILS)가 있지만 LLWAS는 없다.
태국 코사무이섬의 공항에는 ILS와 LLWAS를 갖추고 있지만 이착륙하는 항공기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부족하다. 그나마 지난 2004년 쓰나미로 수많은 인명피해를 입었던 태국 푸켓섬에는 ILS와 LLWAS가 수요를 맞출 정도로 갖춰졌다. 윈드쉬어로 인해 항공기가 추락해 90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던 지난 2007년 이후에서야 이같은 조치가 취해졌다.
◇ 관제탑 직원 부족 등 인프라 역시 열악
늘어나는 여행 수요에 걸맞은 공항의 인프라도 부족하다.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와 같은 저가 항공사들은 현지 항공수요의 52%를 차지해 5년 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수요을 맞추기 위해 새로운 터미널은 늘었지만 기상탐지기, 활주로, 공항관제탑 직원 등에 대한 투자는 전무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발리섬에 위치한 웅우라라이 국제공항 관계자에 따르면 공항의 관제실 직원들은 레이더, 감시, 항해 시스템을 다룰 인력이 절반으로 줄면서 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관제탑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웅우라라이 공항 소속 관제탑에서 하루 평균 330편의 항공기 착륙을 돕는 직원은 43명으로 정부가 규정한 필요인력의 2/3에 불과하다.
심지어 지난달 추락사고를 당했던 라이온에어 항공기는 발리섬 착륙 직전 공항관제실로부터 현지 날씨가 쾌청하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갑작스런 비구름의 하강기류를 만났다고 현장조사 관계자는 말했다.
kirimi9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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