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셔틀운항 특수…"1회 왕복 500억에 선원도 3400만원씩"

매수자들, 이란 공격 위협에 페르시아만 내 선박 진입 꺼려
韓 장금상선 등 소수 해운사, 위험 감수하고 해협 구간 왕복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 2026.9.23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이란 전쟁으로 사실상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항해에 나서는 선원들에게 항해 한 회당 최대 2만 5000달러(약 3350만 원)의 보상금이 지급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걸프 산유국들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뚫고 석유를 수출하기 위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임차해 '셔틀 운항'(shuttle run)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셔틀 운항은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페르시아만 항구에서 원유를 싣고, 다시 해협을 빠져나와 바깥에서 대기하는 다른 선박에 원유를 옮겨 싣는 방식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등 산유국들은 VLCC를 임차해 이와 같은 운항을 계속하고 있다. 셔틀 운항에는 왕복 항해 1회당 최대 4000만 달러(약 540억 원)가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료를 제외하면 원유 1배럴당 15~20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아시아 국가 등 해외 매수자들이 위험 지역이 된 페르시아만 내부로 직접 선박을 투입하길 꺼리자, 산유국들이 운송비를 직접 부담해서라도 석유 수출에 나선 것이다. 산유국 입장에서는 원유가 수출되지 못한 채 묶여 있는 편보다 운송비용을 더 부담하는 편이 낫다고 WSJ는 전했다.

특히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의 우회 수송로인 동서 송유관이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셔틀 운항 수요가 폭증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는 원유 수출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석유 기업들과 함께 유조선을 임차하기 시작했다. 송유관이 복구된 후에도 동아시아 시장을 위해선 상당수의 원유 생산량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만을 항행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로이터=뉴스1

이에 따라 선주와 선원들은 전례 없는 '셔틀 운항 특수'를 누리고 있다. 지난달 말 페르시아만에서 중국까지 운항하는 초대형 유조선의 용선료는 전쟁 발발 전 하루 약 23만 달러 수준에서 하루 120만 달러로 급등했다.

셔틀 운항은 한국의 장금상선, 그리스 대형 해운사 다이나콤 등 소수 선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과거 베네수엘라와 러시아산 원유를 몰래 운송하던 그림자 선단 소유주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셔틀 운항에 나설 의향이 있는 선원들은 통상 월급의 2~3배에 달하는 보수를 제안받고 있다. 중국 산둥성에 본사를 둔 한 선원 인력업체는 왕복 항해 한 번에 최대 2만 5000달러의 보상금까지 제시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선박 중개업체 'EA 깁슨' 컨설팅·리서치 책임자 리처드 매슈스는 "현재 수백만 달러씩 벌어들이는 상황을 고려하면 선주들에게 그 정도 금액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높은 보상만큼 감수해야 할 위험도 크다.

이란은 해협 내 자국이 지정한 항로를 따르지 않는 상선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최근 2주 동안에만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상선 9척이 공격을 받아 선원 2명이 다치고 1명이 숨졌다.

셔틀 운항 유조선에서 근무한 한 선원은 이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GPS 신호가 끊긴 상태에서 불을 끄고 야간 항해를 해야 했다고 WSJ에 전했다. 그는 항해를 한 차례 마친 뒤 승무원 절반이 일을 그만뒀지만, 선사 측이 추가 보수를 약속하자 대체 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