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통령 연내 방한 추진…원전 사업, 양국 협력의 왕관"[대사에게 듣는다]

이임 앞둔 무라트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 인터뷰…"韓 형제애 깊이 깨달아"
원전사업 수주 긍정 전망…"차나칼레 대교 등 성공 경험이 강력한 신뢰"

무라트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가 16일 서울 중구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김범수 기자

"우리의 우정은 말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DNA에 새겨져 있습니다."

무라트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는 16일 서울 중구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4년간의 대사 임기를 돌아보며 "양국 국민이 왜 서로를 '피를 나눈 형제'로 부르며 따뜻함을 느끼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타메르 대사의 재임 기간 양국 관계는 더욱 긴밀해졌다. 지난해 11월 이재명 대통령의 튀르키예 방문을 시작으로 양국 외교장관의 상호 방문 등 고위급 교류도 활발히 이어졌다.

이날 타메르 대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연내 방한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양국 모두 정치적 의지가 확고하다"며 "올해가 끝나기 전에 방문을 성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메르 대사는 한국의 튀르키예 시노프 원전 수주 가능성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원전 사업을 양국 관계의 '왕관의 보석'에 비유하며, 과거 초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쌓은 상호 신뢰가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87년 처음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타메르 대사는 현재 국제 정세가 '예측 불가능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불안정한 안보 환경에서 한국과 튀르키예를 향해 "'국익'이 외교의 헌법과도 같은 기준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타메르 대사는 한국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순간도 회고했다. 2023년 튀르키예 대지진 당시 흙 묻은 장화와 손으로 과일 상자를 들고 대사관을 찾아온 농민들을 떠올리며 "한국과 튀르키예 사이의 형제애가 아주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2022년 9월 부임한 타메르 대사는 임기를 마치고 오는 22일 이스탄불로 돌아간다. 그는 "가장 소중한 보물인 추억과 우정을 가지고 돌아간다"며 한국 국민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아래는 타메르 대사와의 일문일답.

무라트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가 16일 서울 중구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김성진 기자

-대사 임기를 마무리하는 소감은.

▶튀르키예와 한국 사람들이 왜 이렇게 가까운지, 왜 서로를 '피를 나눈 형제'라고 부르는지, 우리가 한국인을 보면 곧바로 따뜻함을 느끼고 한국인들도 튀르키예 사람을 보면 같은 따뜻함을 느끼는 이유를 알게 됐다. 그것이 한국에서 4년 동안 살면서 얻은 보물이다.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힘썼나.

▶우선 모든 분야에서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양국 간 고위급 방문도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이재명 대통령이 튀르키예를 방문했고, 직후인 12월 초에는 우원식 당시 국회의장이 튀르키예를 방문했다. 한 달 안에 한국의 의전서열 1·2위 인사가 잇달아 튀르키예를 방문했다는 것은 한국이 우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한국 답방을 기대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어쩌면 아주 가까운 미래에 이뤄질 수 있다.

-올해 안에도 가능한가.

▶가능하다. 아직 날짜를 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튀르키예에 이런 말이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한국 형제들과 우리가 적절한 시기를 찾는다면 올해가 끝나기 전에 방문을 성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한국과 튀르키예는 '형제의 나라'로 불린다. 앞으로 두 형제국 간 협력의 가장 주요한 원동력은 무엇인가.

▶한 가지 말씀드리겠다. 튀르키예가 전 세계에서 '친구', '동맹', '형제'라는 세 표현을 모두 동시에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세 나라뿐이다.

연간 교역 규모가 약 110억 달러(약 15조 원)인데, 이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 두 나라의 경제는 상호 보완적이다. 원전 사업이 핵심 협력 분야가 될 수 있다. 약 350억 달러(약 48조 원) 규모의 이 사업은 서비스, 건설, 기술, 운송 등 모든 분야에서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다. 우리는 한국을 국가로서도, 국민으로서도 신뢰한다. 이런 사업은 신뢰 없이는 시작할 수 없다.

-러시아와 중국도 튀르키예 원전 사업에 관심을 보인다. 한국과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가능성이 높다. 여러 나라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튀르키예와 한국 기업들은 과거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다.

예를 들면 '차나칼레 대교'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다. 유럽과 아시아를 지하로 연결하는 유라시아 터널도 양국의 파트너십으로 이뤄진 사업이다.

양국 기업들은 함께 일하는 방법을 알고 있고, 초대형 프로젝트를 어떻게 수행하는지도 알고 있다.

양국 정상 간 만남에서도 원전 사업이 의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부를 포함해 모든 수준에서 논의해 왔다. 처음에는 일종의 희망사항처럼 논의됐지만, 이제는 점점 더 구체적이고 진지한 논의가 되고 있다.

-최근 국제 정세의 변화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튀르키예의 외교 전략은 무엇인가.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뒤 냉전이 끝나면서 엄청난 변화가 있었지만, 지금은 또 다른 거대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안보 문제가 매우 중요해졌다. 튀르키예 남쪽에서는 전투와 테러가 일어나고, 북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튀르키예는 상황을 잘 관리하고 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지지하지만, 동시에 러시아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중 관계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과의 무역을 줄이고 있지만, 중국은 계속 한국의 중요한 교역국일 것이다. 문화·경제 교류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른 나라가 무엇인가를 원한다고 해서 꼭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국익은 '외교의 헌법'과도 같은 기준이 돼야 한다.

무라트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가 16일 서울 중구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김성진 기자

-한국과 튀르키예가 협력할 또 다른 분야가 있다면.

▶한국이 전후 재건 사업에서 튀르키예를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튀르키예 주변에는 앞으로 엄청난 규모의 사업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에만 8000억 달러(약 1100조 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걸프지역, 이라크, 이란에 진출할 수 있다. 지금은 전쟁 중이지만 언젠가는 재건이 이뤄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튀르키예는 아주 좋은 위치에 있다. 우리가 손을 잡고 함께 진출한다면 좋은 사업을 이룰 수 있다.

-한국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한국에 온 지 이틀째 되는 날 이케아 매장에 가 물건을 사려는데 계산원이 카드만 받는다고 했다. 그때 나는 신용카드가 없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어깨를 두드리더니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고 묻기에 "튀르키예에서 왔다"고 답하자, "형제의 나라에서 왔다"며 자기 카드로 물건값을 계산해 줬다. 물론 나중에 돈을 돌려드렸지만, 낯선 나라에서 커다란 감동을 받았다.

튀르키예 대지진 때도 뭉클한 순간이 있었다. 제주도와 부산에서 온 농부들이 흙 묻은 장화를 신고 대사관을 찾아왔다. 배와 귤, 사과 상자를 들고 "튀르키예 형제들에게 가져다 달라"고 말했다.

그때 '형제애'라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았다. 한국인들은 튀르키예에서 일어난 재난을 자기 문제처럼 생각했다.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한국에 똑같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튀르키예인들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국민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한국에 도착한 첫날부터 한국 국민에게서 받은 환대와 우정, 따뜻함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무엇보다 우정이 가장 그리울 것이다. 내가 가져가는 가장 소중한 보물은 추억이다. 이 대륙 반대편 끝에 한국인을 사랑하는 튀르키예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