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길목 쥔 후티 "항행 보장"…통항량 유지 속 선주 우려 점증

교역 12% 지나는 바브엘만데브 위협…봉쇄 없이도 우회항로 고착 우려
사우디 원유·이집트 수에즈운하 직격…에리트레아·지부티 전략적 가치는 상승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위성사진. (NASA 월드와이드뷰) 2026.7.1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 후티가 홍해 해안선 전역과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을 장악하면서 홍해 인접국들과 중동 국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후티는 지난 12일부터 항구도시 모카와 전략적 요충지인 마이윤(페림)섬을 점령하며 예멘의 홍해 해안선 전역을 손에 넣었다. 아프리카 해안에서 불과 20㎞ 떨어진 곳까지 진출해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사실상 통제할 위치를 확보한 것이다.

바브엘만데브는 전 세계 교역량의 약 12%, 해상 원유 수송량의 11%, 액화천연가스(LNG) 수송량의 8%가 통과하는 길목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호르무즈 해협 마비를 피해 동서 송유관을 통해 홍해로 우회 수출하는 원유가 이 해협을 지난다.

해사 보안 전문가이자 전직 해군 장교인 알렉산드루 크리스티안 후디스테아누는 "이번 진격이 후티의 전반적인 역량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지만 선박을 겨냥하기는 이전보다 쉬워진다"고 분석했다.

해협이 후티에 장악됐다고 해서 당장 통항이 멈춘 건 아니다. 후티 정치국원 하젬 알아사드는 "홍해와 바브엘만데브의 항행의 자유와 국제 교역은 안전하고 질서 정연하다"고 주장했다.

후티는 지난 7월 자신들이 통제 중인 사나 국제공항 공격을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고 사우디 정유시설 등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감행해 왔는데 최근의 공세를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로 국한하는 분위기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실제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2~13일 해협을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은 각각 24척과 27척으로, 최근 열흘 평균인 약 27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현재의 통항 유지가 앞으로의 안전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게 문제다. 해운업계에는 이미 공격의 후유증이 남아 있다. 후티는 2023년 11월부터 2025년 중반까지 이스라엘이나 그 동맹국과 연계됐다는 명목으로 상선 100여 척을 공격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3∼2025년 홍해 통항량과 수송 톤수는 약 50∼55% 감소했다. 주요 선사들은 여전히 아프리카 희망봉을 도는 우회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이 비용을 직접 떠안는 나라는 이집트다. 이집트의 핵심 외화 수입원인 수에즈 운하는 선박들이 바브엘만데브를 통과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이집트는 2023∼2024년 운하 수입 손실이 70억 달러(약 9조 4000억 원)에 달했지만 군사 개입 카드는 꺼내지 않았다. 아프리카학 교수이자 분쟁 해결 전문가인 바드르 하산 알샤페이는 이집트가 막대한 손실에도 예멘 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기조를 유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예멘 내전이나 홍해 분쟁에 직접 병력을 투입하면 장기 소모전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집트에 막대한 재정적·군사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협 건너편의 아프리카 국가에는 현 상황이 기회이자 외교적 지렛대가 되기도 한다.

에리트레아는 홍해 연안이라는 입지를 활용해 미국·이스라엘과 관계를 개선하며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기회를 모색해 왔다.

알샤페이는 아페웨르키 이사이아스 대통령이 "예멘 사태와 거리를 두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홍해 정세에서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중국 등 각국 해군의 군수 지원 거점인 지부티 역시 전략적 중요성이 커졌지만 인도주의적 부담도 안게 됐다. 국제이주기구(IOM)는 13일 기준 직전 24시간 동안 예멘에서 2000명 이상이 지부티로 피신했다며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다국적 해군 자산이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로 집중되면서 아프리카 뿔 지역 해상에는 심각한 안보 공백이 발생했다. 실제로 이 통제 불능의 틈을 타 소말리아 등지에서는 해적이 다시 기승을 부리는 부작용까지 나타나고 있다.

후디스테아누는 "국제 해군의 관심이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로 쏠리면서 소말리아 연안에서는 해적 활동이 다시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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