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육해상 석유길 전부 위태…이란戰 악몽 빠진 빈살만
후티·이라크발 공세에 호르무즈 이어 홍해·육로 송유관도 위험
11월 선거 앞둔 트럼프는 사우디 군사지원 미온적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미국·이란 전쟁의 불길이 번지면서 중동의 맹주이자 지역 최대 석유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역내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 봉쇄로 막힌 가운데 사우디를 겨냥한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과 이라크 민병대의 공세가 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사우디가 안보를 기대던 미국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더 이상의 중동 전선 확대를 꺼리는 모습이다.
AP통신은 12일(현지시간) 이란과 그 동맹들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지만 사우디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며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에게 '악몽 같은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2월 말 미국·이란 전쟁 발발로 중동의 핵심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아라비아반도를 가로질러 홍해로 통하는 '동서 송유관'을 활용해 아시아와 유럽으로 가는 원유 수출 물량을 우회해 왔다.
그러나 후티 반군이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통제권을 확대하고 친이란 이라크 민병대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우디 육로 송유관 공격까지 발생하면서 사우디의 육·해상 석유 수송로가 모두 위험에 빠진 형국이다.
이란 전쟁 여파에 강타당하면서 '새로운 중동'을 꿈꾸던 사우디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빈살만 왕세자는 국가개혁 '비전 2030'을 통해 사우디의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정치·경제·사회·종교 등 국가 전 영역의 쇄신을 추진해 온 바 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의 닐 퀼리엄 연구원은 "사우디는 수년간 예멘 분쟁 극복과 경제 변혁, 지역 안정에 집중해 왔다"며 "최근 후티의 세력 확장에 따른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사우디가 가진 모든 선택지는 상당한 비용과 불확실한 결과를 수반한다"고 말했다.
국제분쟁 감시단체인 무력 분쟁 위치·사건 데이터(ACLED)의 중동 연구 책임자인 셰르완 힌드린 알리는 사우디가 후티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강화할 경우 분쟁이 더욱 장기화하고 사우디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티의 무기가 이전보다 훨씬 정교해졌고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해 사우디가 쓸 수 있는 요격 미사일 물량도 줄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티 반군 및 이란과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방안도 녹록지 않다. 사우디가 후티 봉쇄를 완화할 경우 장기적으로 후티의 세력이 대폭 확대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란으로서는 미국의 상당한 양보 없이는 종전을 합의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폭락한 상황에서 사우디를 지원하기 위해 후티를 상대로 또 다른 군사작전을 개시하는 데 미온적인 분위기다.
마이클 랫니 전 사우디 주재 미국 대사는 "사우디에 극도로 좌절스러운 상황 전개"라며 "이란을 적대하긴 하지만 사우디는 이번 전쟁을 절대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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