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비축한 부품으로 지하 시설에서 탄도미사일 생산 재개"

WSJ 보도…"여러 이란 지하 시설서 탄도미사일 생산 활동 포착"
美국방 "미사일 제조 수단 부족하다"더니…"핵보다 복구 빨라"

이란 수도 테하란의 아자디 광장에 '졸파가르' 미사일이 전시돼 있다. 2026.8.3.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이란이 비축해 둔 부품을 활용해 지하 시설에서 탄도미사일을 다시 생산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해당 사안에 정통한 미국 및 중동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전쟁으로 이란의 미사일 생산 능력이 크게 약화됐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WSJ는 탄도미사일 생산 재개가 미국, 이스라엘이 내세운 이란 전쟁의 성과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코지르 등 여러 지하 시설에서 기존 부품 활용해 미사일 조립 중"
이란 테헤란 인근 코지르 단지에 있는 미사일 엔진 시험대로 추정되는 시설의 위성사진. 사진은 플래닛랩스 PBC 제공. 2024.07.05 ⓒ 로이터=뉴스1

보도에 따르면 전쟁 초기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 기지와 산업 시설에 대한 집중적인 공격을 가했다. 또한 해상 봉쇄로 인해 이란은 고체 연료용 부품 및 원료 수입이 어려워졌다.

현재 이란은 주로 기존 부품을 활용해 새로운 미사일을 조립하고 있으나, 그 양은 전쟁 전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주로 발사 직전에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액체 연료 미사일과 발사 준비가 완료된 상태로 보관할 수 있는 고체 연료 미사일을 조립하는 데 집중해 왔다.

관계자들은 이란 남동부의 코지르(Khojir) 미사일 시설을 포함한 여러 지하 시설에서 이와 같은 탄도미사일 제조 활동이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들은 이란이 공격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지하 조립 기지를 건설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WSJ는 탄도미사일 생산 재개가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해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는 미국의 미사일과 탄약 재고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이 버틸 수 있는 힘과 시간을 늘려 줄 수도 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미사일 방어 옹호 연합'의 수석 분석가 탈 인바르는 "이 시설들에 대한 공습이 없으면 파괴된 인프라를 복구할 수 있고,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부품을 구입해 시설에 비축할 수 있다"며 "이란이 미사일 생산 능력을 재건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은 지극히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직 중앙정보국(CIA) 분석가인 짐 램슨 킹스칼리지 런던 방문연구원은 이란이 전쟁 전 탄두, 기체, 유도 및 제어 장치를 비축했고 생산량은 재고와 가동 가능한 지하 시설에 달렸다며 미사일이 "수백발, 어쩌면 수천발일 수 있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美국방 "이란, 미사일 제조 수단 부족하다"더니…"핵 프로그램보다 복구 빨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2026.07.21 ⓒ 로이터=뉴스1

이란의 탄도미사일 생산 재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주장과도 상충된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4월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이 "기능적으로 파괴됐다"며 이란이 새로운 미사일을 제조할 수단이 부족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이란은 남은 발사대와 미사일을 꺼내 쓰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능력이 전혀 없다"며 이란이 "방위 산업도 없고, 공격 또는 방어 능력을 보충할 능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탄도미사일 생산 재개에 대해 이스라엘 총리실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숀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해군 산업 기반의 최대 90%를 파괴했다"며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발사 능력을 "상당히 약화시켰다"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도 탄도미사일 생산 재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이란의 핵 시설과 군사력이 심각하게 약화됐다는 기존 입장만 반복했다.

이란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후에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재건할 능력을 입증했다. WSJ는 지난 2월 전쟁 발발 후에도 이란이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우려하게 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교량과 도로, 생산 시설을 재건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정치대학의 이란전략 전문가 니콜 그라예프스키는 "시설을 파괴하려고 할 수도 있고, 미사일 자체를 파괴하려고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미사일이) 핵 프로그램보다 복구 속도가 빠르고 상당히 분산돼 있다"며 "이란이 이처럼 정교한 미사일 인프라를 구축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