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마비에 전략적 요충지로…홍해 목줄 쥔 예멘 '페림섬'
후티반군 바브엘만데브 장악 시 사우디 우회 수출로도 막혀
예멘 정부군 "후티도 이란처럼 기뢰 부설할 것" 경고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예멘 앞바다의 작은 섬 '페림'(아랍어 마윤)이 미국과 이란의 대결이 확산하면서 홍해 해상 교통로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1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페림 섬은 홍해 남단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가장 좁은 지점에 있다. 이 지점에서 소말리아·에티오피아 등이 위치한 '아프리카의 뿔'과 아라비아반도 사이 거리는 약 19㎞까지 좁아진다.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페림 섬의 지정학적 가치는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가로막힌 뒤 부상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의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종전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하던 물량 대부분을 홍해로 돌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대체 항로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란에 또 다른 지렛대를 쥐여 주는 형국이 됐다. 이란이 대리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을 통해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CNN은 "바브엘만데브는 이란이 대리세력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경제적·정치적으로 압박할 다음 무대가 될 수 있다"며 "유가를 끌어올리고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전망에 타격을 주는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역내 소식통들은 CNN에 후티 반군이 예멘의 항구도시 모카를 장악하기 위해 대대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고 말했다.
모카는 페림 섬에서 80㎞가량 떨어진 곳에 있으며, 페림 섬은 현재 예멘 정부군이 지키고 있다.
모카항은 지난달 후티로부터 25발 이상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상업 활동과 해상 운항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후티의 공격으로 16명이 숨지고 상선 6척이 침몰했다.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경제적 타격은 이미 가시화됐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해상 석유 물동량의 약 10%가 바브엘만데브를 통과했으나,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현재 물량은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다.
CNN은 후티가 유가를 끌어올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타격을 주는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다고 짚었다.
타리크 살레 예멘 대통령지도위원회 부의장은 CNN에 후티가 페림 섬을 장악하고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제권을 쥐게 된다면 "그때는 대규모 (국제) 병력과 해군이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멘 정부군·국민저항군 공보 담당자 압델 나세르 엘 맘루는 이에 더해 "후티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그랬듯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기뢰를 부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후티의 공세 강화를 이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예멘 전문 정치분석가 모하메드 알바샤는 이란과 후티의 관계를 "복종하는 관계는 아니지만, 한 침대를 쓰는 사이"로 묘사했다.
채텀하우스 연구위원 파레아 알무슬리미는 "후티에게는 국내 문제에서 눈을 돌릴 전쟁이 필요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싸워 다시 협상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때 자신들의 유일한 친구였던 이란을 돕는 일이기도 하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역내 이란 대리세력이 약화하고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면서 이른바 '저항의 축'에서 후티의 위상이 올라갔고, 후티는 이렇게 높아진 입지를 활용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mau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