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전쟁 다시 격화…사우디·후티 반군 충돌 '전면전' 수렁으로
호르무즈 이어 홍해까지…사우디 석유 수출로 이중 차단
사우디, 예멘 내전 개입 실패 전례…직접 개입은 '신중'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최근 며칠 새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2022년 휴전 이후 유지돼온 소강 국면이 사실상 무너지고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후티 측은 이번 주 초 사우디가 교도소를 공습해 수감자들이 잔해에 깔렸다고 주장했다. 후티가 장악한 예멘 국영 사바통신은 보건부 집계를 인용해 이 공격으로 32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전날인 8일에는 후티가 사우디 남서부 카미스 무샤이트의 공군기지와 인근 도시의 석유 기반 시설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해 73명이 다쳤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사우디를 겨냥한 후티 공격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이에 사우디도 예멘 내 후티 거점을 집중 공습했다. 후티군은 사우디 전투기가 이날까지 12시간 동안 예멘 여러 지역을 54차례 공습했다며 "대응과 처벌 없이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히아 사리 후티군 대변인은 공습 지역으로 후티가 장악한 알바이다·사다주와 교전이 이어지고 있는 타이즈·마리브·알자우프주를 지목했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후티가 사우디 남부 아브하·카미스 무샤이트·자잔 등 3개 도시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가했다고 비난했다.
예멘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가장 격렬한 전투는 타이즈 서부 일대에서 벌어졌다. 후티는 홍해 남단의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80㎞도 채 떨어지지 않은 항구도시 모카를 장악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예멘 전문 정치분석가 모하메드 알바샤는 최근 며칠간의 공습이 2022년 휴전 이후 가장 큰 규모라며 분쟁이 전면전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NYT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적 통행이 막히면서 후티가 홍해 해상 항로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세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후티는 최근 홍해를 통한 사우디 선박 공격과 해상 봉쇄를 강화해왔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홍해를 통한 석유 수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란이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사우디가 수출 물량 일부를 홍해로 돌렸지만, 후티가 사우디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고 홍해 해상 운송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전날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자리에서 "왕국은 언제나 평화와 외교적 해법을 지지하지만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주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사우디는 직접적인 군사 개입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사우디는 2015년 대규모 공습을 통해 예멘 내전에 개입해 후티를 축출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이 과정에서 예멘인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지난달 튀르키예·파키스탄과 집단방위 협정을 체결했지만, 이들 국가가 군사적 대응에 직접 나설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카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장관은 이날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도발 없는 침략이나 예멘 사태의 사우디 확산이 발생하면 '메카 협정'은 분명히 발효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협정 조항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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