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죽느니 확전"…美봉쇄로 경제난 궁지 몰린 이란의 선택
NYT "원유 수출 막히고 호르무즈 통제력 약화…경제 심각한 타격"
美군함 공격 등 강공 전환…"11월 美중간선거 전 대결수위 높일 것"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장악력 약화와 경제난 심화에 직면하면서 미국을 향해 점점 더 공세적인 태도로 전환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 5일 미 해군 항공모함과 구축함 등 군함 2척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한 뒤로 고위 지도부가 잇따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확전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란의 대미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6일 "'비례적 대응'의 시대는 끝났다"며 "이란의 이익과 안보에 대한 어떤 침해든 '더 빠르고, 더 무겁고, 더 고통스러운'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의 최고 안보기구인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수장인 모흐센 레자이 사무총장 역시 호르무즈 해협 외곽에 새로운 제한구역을 선포할 예정이며 이란과 사전 협의 없이 해당 구역에 진입하는 모든 선박은 제재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란이 이처럼 강경 기조로 전환한 데는 경제난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해군의 봉쇄로 이란의 주요 수입원인 원유 수출이 사실상 틀어막힌 상황에서, 연료 부족으로 휘발유 가격까지 인상되면서 인플레이션과 실업, 통화 가치 하락 등 삼중고를 겪는 이란 경제는 이대로라면 회복 불가능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우려가 높아졌다.
반면 미 해군의 호위 아래 소수의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면서 이란의 해협 통제력은 점점 무뎌지는 모습이다.
제네바 국제대학원의 이란 분석가 파르잔 사베트는 "주도권을 되찾으려면 확전이 방법"이라며 이란이 전면전은 피하면서도 군사적 대결 수위는 끌어올리려 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베트는 "매우 파괴적이지만, 동시에 그들은 이를 통해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재봉쇄하기를 바란다"고 분석했다.
이란 지도부 내에서는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둔 지금이 판돈을 높일 적기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강경 노선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영국에 본부를 둔 중동 전문 매체 암와즈미디어 편집장 모하마드 알리 샤바니는 "모든 정황은 (지금이) 결정적 분기점임을 가리킨다"며 "외교가 실패할 경우 이란이 선거 이후까지 공격을 (하지 않고) 기다릴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위기그룹(ICG) 선임분석가 하미드 레자 아지지 역시 미 군함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 중대한 확전 시도라고 봤다. 이전까지는 미군을 상대로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공격을 자제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이런 계산이 분명히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대내적으로는 경제난에 따른 반정부 시위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또 다른 우려 요인이다. 이미 이란에서는 지난해 12월 말 통화 위기로 전국적 시위가 촉발된 전례가 있다.
테헤란대 이스라엘·중동학 교수 하디 보르하니는 이란 당국은 이스라엘이 국내 불만을 이용해 반체제 세력을 지원할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세계 경제 악화가 트럼프 행정부로 하여금 긴장 완화에 무게를 두도록 강제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사베트는 미 해군의 호위로 유조선이 일부 통항하고는 있지만 원유 재고 보충 속도가 충분하지 않고, 천연가스 등의 상품 유통도 원활하지 않은 만큼 향후 양측이 4월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보다 후퇴한 형태의 합의로 나아갈 가능성을 제시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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