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前대통령, 전쟁 지속 여부 국민투표 제안했다 강경파 반발
로하니 전 대통령 "대다수 뜻이라면 전쟁 명예롭게 끝내야"
강경파들 "항복 부추기는 행위""교수대에 달아야 한다"며 반발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이란의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이 미국과의 전쟁을 지속할지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제안하며 현 정권의 강경파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7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로하니 전 대통령은 최근 전직 지방 주지사들과의 모임에서 이란 국민 대다수의 뜻에 부합한다면 휴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 플랜은 세계의 대강대국과 앞으로 20년 동안 싸우는 것"이라며, "만약 국민이 이를 받아들이면, 좋다. 계속 싸우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길을 제시한다면, 우리는 그 길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하니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가적 목표를 대중에게 가감 없이 제시하고 대다수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 했는데 '국민투표'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정치 분석가들은 국민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해석했다.
로하니 전 대통령은 이란이 전쟁을 '명예롭게' 끝내야만 그동안 입은 피해를 복구하고 젊은이들과 투자자들에게 다시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지금의 강경 노선을 주도하는 세력에 대해 "확성기를 잡고 소리 지르는 작은 소수일 뿐, 이란 사회의 다수가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아울러 강경파와 군부 목소리 일색인 국영방송이 분열의 온상이 되어 대통령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대중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쓴소리를 뱉었다.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대통령을 지낸 그는 과거 서방과의 제재 해제를 끌어낸 2015년 핵 합의의 주역으로, 이른바 '외교관 셰이크(sheikh)'로 불려 왔다. 셰이크는 아랍어로 본래 '나이 많은 존경받는 노인'이나 '종교적 지도자'를 뜻하는 호칭이다.
보수파와 강경파들은 대미 강경 노선이 지배하는 전시 상황에서 나온 그의 이번 발언을 두고 "위험한 돌출 행동"이자 "항복을 부추기는 행위"라며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파르스 통신 등 강경 성향 매체들은 그를 '패배의 셰이크'라 조롱했고, 일부 강경파 인사는 거리에서 봉변당할 수 있다는 원색적인 위협까지 서슴지 않았다. 한 이슬람 공화국 지지 집회 연사는 로하니가 거리에 나타나면 "그의 이빨을 뽑아버리겠다"고 위협하며, 전 대통령을 "교수대에 매달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 이후 정권을 장악한 혁명수비대(IRGC) 계열의 강경파들에게 로하니의 이런 말은 서방과의 굴욕적 타협을 대변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두 차례 대통령직을 역임했고, 성직자이기도 한 로하니 전 대통령은 실권을 잃은 원로정치인이기도 하지만 서방과의 관계 개선과 갈등 완화를 지지했던 수백만 이란 국민들 사이에서 여전히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그리고 최근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로하니 외에도 일부 온건 성향 인사들 사이에서 전쟁 중단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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