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상봉쇄에 이란 석유수출 막혔다…"경제난 위험수위"

WSJ "원유 판매물량 10월 중순이면 바닥…경제 제재로 대금 회수도 어려워"
원유 수입 끊겨 경제 파탄 위기…"그럼에도 정권 굴복 가능성은 회의적"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2018.12.2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미국의 해상 봉쇄로 이란의 원유 수출과 외화 수입이 점차 고갈되면서 이란 내 경제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미 해군이 지난 7월 해상 봉쇄를 재개한 뒤 이란산 원유는 단 1배럴도 봉쇄선 너머로 이동하지 못했다. 이란은 지난달 페르시아만 내 선박에 하루 평균 25만 5000배럴을 선적했지만 매수자에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란이 판매하고 있는 원유는 지난 6월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봉쇄가 몇 주 동안 일시 중단됐을 때 봉쇄선 바깥 바다로 실어보낸 물량이다. 이란 정권은 여전히 봉쇄 구역 밖 해상의 유조선에서 원유 수천만 배럴이 판매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물량마저도 지난 7월 중순 약 9000만 배럴에서 현재 약 2900만 배럴로 감소한 상태다. 케이플러는 이란이 하루 약 100만 배럴의 원유를 대부분 중국에 판매하고 있지만, 다음 달 중순쯤이면 봉쇄 구역 밖의 이란산 원유 재고가 바닥날 것으로 추정한다.

이란산 원유 판매대금 수령도 12월 중순이면 그칠 가능성이 크며, 이마저도 이란 거래 은행과 금융기관을 겨냥한 미국의 최근 고강도 경제 제재(2차 제재) 때문에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육로 수출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해상 수출에 비해 운송 가능한 물량이 극히 적은 데다, 석유 수송용 화차도 부족한 실정이다. 케이플러 소속 호마윤 파락샤히 분석가는 이란이 트럭을 통해 수송할 수 있는 석유 물량은 하루 최대 4만 배럴 수준으로, 하루 200만 배럴에 육박했던 전쟁 전 수출량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걸프 산유국들은 미국의 유조선 호송 지원과 우회 파이프라인을 통해 상당한 원유 물량을 수출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던 일부 중국 구매자들도 최근에는 이라크·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현재 공급 부족으로 인해 이란산이 다른 공급처보다 가격이 더 비싸진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1년 10월 27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주유소에서 한 남성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2021.10.27 ⓒ AFP=뉴스1

미국의 해상 봉쇄가 장기화하며 이란 경제는 악화일로에 있다. 공식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80% 이상을 기록 중이며,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란 경제가 5.4%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1980년대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원유 수출 감소로 이란의 외화 수입이 타격을 입으면서 이란 리알화 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미국이 경제 제재를 발표한 뒤 달러 대비 리알화 가치는 15% 가까이 하락했다고 WSJ는 전했다.

국가 예산의 약 3분의 1이 석유 수입으로 충당되는 상황에서 석유 수출 봉쇄는 정권의 재정 위기를 가중하고 있다. 이란 정권의 핵심 세력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산하 기업을 통해 원유를 판매하며 군사 자금을 충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하마드 후세인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많은 것이 이란 정권이 군사적·지정학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경제적 고통을 감수할 용의가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란 정권이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굴복할 징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이란은 지난 5일 미군이 자국 유조선 3척을 공격하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던 유조선을 잇달아 공격하며 보복에 나섰다. 또한 탄도미사일로 미군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공격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란군 통합지휘 본부 하탐 알안비야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이란 선박에 대한 악의적이고 불안정을 조성하는 괴롭힘과 해상 봉쇄가 계속된다면 이란 군대는 역내 미군 함정에 대한 공격을 이전보다 강화할 것"이라며 "공격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 소속 엘리 제란마예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경제 제재가 이란 일반 가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서 항복할지는 회의적"이라며 "우리가 가진 증거들은 이란 정권이 끝까지 저항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