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정부군-후티 교전 격화 300명 사망…홍해 관문 향해 진격

호르무즈 봉쇄로 홍해 항로 중요성 커진 상황…1800가구 피란

9일(현지시간)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예멘의 홍해 연안 항구 도시인 모카항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6.08.0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예멘 남서부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정부군과 친이란 후티 반군 간 교전이 격화하면서 사망자가 300명을 넘어섰다. 후티가 홍해의 전략적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방향으로 진격하면서 중동의 또 다른 주요 원유·교역로를 둘러싼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예멘 정부군과 후티 반군은 홍해로 향하는 관문을 장악하기 위해 수일째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 관계자 2명은 지난 5일 정오부터 6일 새벽까지 정부군 병사 84명이 숨졌으며 대부분 미사일 공격에 따른 사망자라고 밝혔다.

후티 측 군 관계자 4명은 같은 기간 반군 전투원 57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AFP가 양측 군과 의료 소식통을 토대로 집계한 결과 지난 3일 후티의 공세가 시작된 이후 전투원과 일부 민간인을 포함한 전체 사망자는 300명을 넘어섰다.

이번 충돌은 지난 7월 2022년 체결된 휴전이 무너진 이후 예멘에서 벌어진 가장 치명적인 교전이다.

후티는 지난 3일부터 예멘 정부군이 장악한 홍해 연안의 모카항을 고립시키고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접한 지역으로 진격하기 위한 공세를 벌이고 있다.

정부군 관계자는 후티가 5일 저녁 "타이즈와 모카를 연결하는 도로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정부군은 6일 새벽 이후 일부 지역에서 반격에 나섰다. 정부군 관계자는 홍해 연안에서 내륙으로 30㎞도 떨어지지 않은 최전선 지역 하이스 북쪽으로 진격해 거점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후티 역시 하이스 남쪽인 타이즈 서부에서 바브엘만데브 방향으로 진격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전문가 파레아 알무슬리미는 후티가 모카의 취약한 전선을 공략해 "타이즈와 바브엘만데브, 모카 사이의 연결을 상당 부분 끊으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바브엘만데브를 완전히 장악할 기회가 생긴다면 후티는 단 1초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좁은 수로로 수에즈운하를 거쳐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핵심 해상 교역로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상선에 폐쇄하면서 바브엘만데브의 전략적 중요성이 한층 커진 상황에서 후티의 진격이 시작됐다.

미국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의 애덤 배런 연구원은 지난 3일 시작된 후티의 공세가 "예멘의 불안정한 휴전에서 남아 있던 부분마저 대부분 산산조각 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상황이 점점 더 확전의 길로 향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를 피할 출구도 거의 없다"고 경고했다.

전투가 격화하면서 민간인들의 피란도 이어지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타이즈주 마크바나와 자발 하바시 지역에서 발생한 집중 포격과 교전으로 약 1790가구가 피란한 것으로 추산했다.

AFP 취재진은 피란민들이 매트리스와 가축 등 소지품을 챙겨 임시 수용소에 피신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예멘에서는 지난 7월 후티가 이란 항공기의 수도 사나 착륙을 환영한 것을 계기로 후티와 사우디 지원 정부군 간의 취약한 휴전이 붕괴했다. 이후 양측의 공격이 이어졌으며 후티는 사우디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고 사우디 선박과 영토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