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사작전 발표 후 이란 공포 속 사재기 혼란…소요 비화 촉각

美 경제 제재 후폭풍 본격화…IMF "올해 이란 경제 5.4% 역성장·물가 69% 폭등"
이란 내부 불만 고조 가능성…산업지대서 노동자 시위 확산

2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중심가의 엔겔랍 광장을 따라 설치된 대형 정치 광고판 인근에서 운전자들이 차량을 몰고 가고 있다. 2026.05.26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미국이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에 대한 '2차 제재'를 골자로 하는 '경제적 고립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발표한 뒤 이란 전역에서 생필품 사재기와 화폐 가치 폭락 등 혼란이 깊어지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디지털 자산, 군사기술, 금, 항공, 해운 등 5개 부분에 대해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를 달러 시스템에서 퇴출하는 금융 제재를 발표했다.

주유소 문 닫고 쌀·식용유 품절…美공격·제재에 경제난 가중
지난 2018년 11월 5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주유소에서 이란 운전자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2018.11.05. ⓒ AFP=뉴스1

미국이 2차 제재 대상이 되는 구체적인 국가와 시행 시기를 밝히지 않았음에도 이번 제재 발표 이후 이란 내부에서는 연료와 생필품 부족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서는 수도 테헤란, 제2도시 마슈하드, 남부 케르만 등의 주유소에 긴 줄이 늘어서고, 일부 주유소가 연료 부족으로 운영을 멈춘 모습이 담겼다.

이들 운전자는 정부의 휘발유 보조금 정책이 축소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미리 연료를 채우려고 몰려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전쟁 중 정유 시설이 파괴되고 미국의 해상 봉쇄 조치로 연료 수입길이 막히면서 에너지 부족 문제가 더욱 악화했다. 이란 정부는 연료 수요를 억누르기 위해 배급제를 계획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번 주 수도 테헤란의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손님들이 사재기를 하면서 식용유와 쌀이 일시적으로 품절됐다.

테헤란의 한 번역가는 "히스테리가 일어났고 일부 동네에서는 손님들이 슈퍼마켓으로 몰려들었다"며 "미국의 제재 위협과 연결된 물자 부족 위험이 공포를 촉발했다"고 WSJ에 전했다.

이란의 화폐 리알화의 가치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지난 24일 리알화 가치는 달러당 200만 리알 이상으로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구매력이 절반으로 떨어진 수준이다.

많은 주민들이 기본적인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빚을 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고기를 구매하면 이자를 붙여 할부로 갚는 경우가 흔하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6년 이란 경제는 5.4% 역성장하고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8.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정권, 정치적 소요 사태 비화 가능성 경계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1월 9일 테헤란의 시위대 옆으로 불타는 차량의 모습이 보인다. 2026.1.9 ⓒ 로이터=뉴스1

중동전문매체 알모니터에 따르면 이란 정권은 미국의 경제 전쟁이 실패할 것이라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경제난이 정치적 소요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작돼 몇 달간 수천명을 숨지게 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 사태는 리알화 가치 하락에 항의하는 테헤란 그랜드 바자르 상인들의 주도로 시작됐다. 지난 2019년 발생한 반정부 시위는 이란 정부의 기습적인 휘발유 가격 인상이 촉발했다.

이미 이란에서는 임금 체불과 해고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시위와 파업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반관영 ILNA 통신에 따르면 지난 24일 에너지 시설이 밀집한 남부 아살루예에서 해상 석유·가스 노동자들이 생계 위기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지난 23일에는 서부 샤데간의 제철 단지에서 해고 노동자 100여 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란 정권 내부에서는 경제 문제가 정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아흐마드 레자 라단 이란 경찰청장은 지난 25일 이란의 적들이 민생, 휘발유, 실업 등 경제 상황을 이용해 소요 사태를 일으키려 한다고 발언했다.

라단 청장은 이어 '제3의 전쟁'을 막기 위해 소셜미디어 감시를 강화할 것과, 정권의 사회통제 조직 바시지 민병대의 역할 확대를 주문했다.

경제난이 이란 정권에 대한 내부 불만을 터트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라단 청장의 발언은 이란 정권이 반체제 세력의 결집 시도를 싹부터 잘라내려 함을 보여준다고 알모니터는 짚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