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나자 다시 '히잡 단속'…이란 여성들은 거리서 벗었다

카페·식당 등 복장 규정 위반으로 폐쇄…이란 인기가수 '출국 금지'
SNS서 히잡 벗고 오토바이 타는 여성 영상 확산

이란 도덕경찰이 히잡 단속을 재개한 가운데 16일(현지시간) 이란 여성들이 테헤란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2023.07.16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과의 전쟁 과정에서 한동안 느슨해졌던 이란의 여성 히잡 단속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 전쟁 이후 강경파 지도부가 권력을 장악하면서 카페와 식당을 폐쇄하는 등 복장 규정 위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이란 여성들 사이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거나 오토바이를 타는 등 규정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움직임도 확산하면서 히잡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모습이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이후 이란의 강경파 지도부가 집권하면서 이란 내에서 여성들의 히잡 착용을 두고 다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최근 이란 국영 매체에서는 여성의 복장 규정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카페와 식당 등 사업장이 강제로 문을 닫는 사례가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지난달 말 이란 언론 보도를 집계한 결과 테헤란을 포함한 6개 도시에서 이 같은 사례가 확인됐다.

인권단체 HRANA에 따르면, 지난 19일 테헤란에서는 의무적인 히잡 착용 규정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소 7곳의 카페와 식당이 폐쇄됐다.

HRANA는 당국이 혐의가 있는 사람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규범 위반', '정숙성 위반', '이슬람적 예절을 지키지 않음'과 같은 모호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동부 남호라산주에서도 '사회 규범과 의무적인 히잡 착용 규정 위반' 혐의로 카페 10곳이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에는 이란의 인기 가스 파라스토 아흐마디가 지난 2024년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된 행사에서 머리를 가리지 않고 어깨를 드러냈다는 이유로 자신의 밴드 및 제작진 8명과 함께 태형 74대와 함께 2년간 출국 금지를 선고받았다.

아흐마디의 혐의는 '사이버 공간 플랫폼에서 저속하고 부도덕한 콘텐츠를 제작·게시해 공공의 정숙성을 해친 행위' 등이었다.

보수 성직자를 비롯한 강경파 인사들은 여성들의 히잡 착용과 관련해 당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란 일간지 가이한의 편집장인 호세인 샤리아트마다리는 규정은 집행 공무원들에게 법적 의무이자 종교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테헤란 검찰청은 테헤란의 일부 카페와 식당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풍기문란'(indicency) 위반 및 불법 행위뿐 아니라 '비관습적'이거나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의류를 판매하는 상점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TV 프로그램 '파크 웨이'는 여성들의 복장 문제에 여러 차례를 할애하며 승인된 복장 규정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조치를 촉구했다.

당국의 거듭된 경고와 단속에도 여성들 사이에서는 복장 규정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모습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헬멧은 착용했지만 히잡은 쓰지 않은 채 스쿠터를 타는 젊은 여성들의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선 한 무리의 여성들은 "우리는 시라즈의 오토바이 걸스다! 시라즈 걸스, 가자!"라고 외치는 영상이 게시됐으며, 다른 영상 게시물에서는 이란 중부 도시 이스파한에서 약 20명의 여성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이스파한 최대 규모의 여성 오토바이 행사"라고 말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란에서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여성의 복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으며 현재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이란 이슬람 형법 제638조는 여성이 '이슬람식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채 공공장소에 나타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