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중동 파병에 미군 정신적 한계…항모서 투신 시도까지

재연장되며 링컨 항모 9개월째 해상작전…항모 역사상 최장 임무

미군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의 승조원들. 2026.03.10 ⓒ 로이터=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이란 전쟁 장기화로 중동에 배치된 미군의 피로감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 9개월째 해상 작전을 수행 중인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에서 승조원이 바다에 투신을 시도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12일(현지시간) 미국 군사전문 매체 네이비타임스와 스타즈 앤 스트라이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기약 없이 이어지는 중동 파병으로 링컨 항모에 탑승한 승조원들의 정신 건강과 자해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약 5000명을 태운 링컨 호는 작년 11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출항해 태평양으로 향하다가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하자 곧바로 중동으로 재배치돼 미군 작전에 투입됐다.

이 과정에서 250일 연속 항구에 정박하지 않고 해상 임무를 지속해 현대 항공모함 역사상 최장 기록을 세웠다. 당초 5월 종료될 예정이던 링컨 호의 파병 기간은 종전이 지연되면서 재차 연장됐다.

링컨 호 승조원들의 가족 200여 명은 지난주 샌디에이고에서 진행된 헝 카오 미 해군장관 대행과의 면담에서 한목소리로 장병들의 정신 건강과 피로, 안전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한 승조원의 아내는 남편이 파병이 또 다시 연장되자 바다에 뛰어내리려 했다가 현재 의무 대기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너무 지쳤다는 이유만으로 불명예 전역을 당해 13년간의 군 생활이 한순간에 망가질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장병의 아내는 남편이 링컨 호에서 발생한 별도의 사건에서 투신을 시도하려는 동료 승조원을 붙잡아 갑판 위로 끌어올린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미군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 2026.3.2 ⓒ AFP=뉴스1

마이크 레빈 하원의원(민주당)은 링컨 호 승조원들이 "곰팡이 핀 샤워실, 고장난 변기, 수주째 작동하지 않는 세탁 시설, 장기간 온수 사용 불가, 밥 반 컵과 토르티야 두 장뿐인 식사, 비누도 데오드란트도 치약도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미 해군 관계자는 "지휘부가 파악하고 있는 정보상 함정 내 자살 생각이나 시도가 증가한 정황은 없다"며 "종교, 의료 및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종합적 지원의 일환으로 링컨 호에 배치돼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쟁으로 기존 보급망에 차질이 빚어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함선에서 전해지는 최신 보고에 의하면 깨끗한 물과 에어컨, 건강한 식사가 계속 제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zy@news1.kr